
“예전에는 7만 딸라(달러)씩 하던 집도 지금은 6만 딸라면 충분히 삽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을 사고팔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푹 줄었습니다.”
평양 송신·송화지구(송화거리)의 아파트 거래 상황을 잘 아는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의 말이다.
평양에 대규모 신규 살림집 공급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공식 주택시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시중 자금 사정이 나빠진 데다 새 아파트 공급까지 늘면서 일부 신축 주택의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송신·송화지구 아파트는 8월 현재 가장 싼 집이 약 1만 5000달러, 비싼 집은 6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과거 7만 달러 수준이던 일부 주택도 현재는 6만 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거래량 역시 크게 줄었다. 소식통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 거래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줄었다”면서 “집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사람들도 한 달에 한 건 정도 하면 많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장사가 잘돼야 큰돈도 움직이고 집도 사고파는데 지금은 그런 게 예전만 못하다”면서 “새 살림집도 계속 나오고 있고, 집이 꼭 필요하면서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미 산 것 같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송신·송화지구는 2022년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이후 평양의 대표적인 신축 주거지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후 화성지구를 비롯한 신규 주택이 잇따라 공급되면서 단순히 ‘새집’이라는 사실만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같은 신축이어도 집값 차이 커…평양도 지역에 따라 ‘주택 서열’ 뚜렷
흥미로운 점은 평양의 신축 아파트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가격과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데일리NK의 과거 취재에서는 화성지구 1단계의 일부 주택이 16만 달러(2022년)에 매물로 나온 사례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에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송신·송화지구보다 화성지구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화성구역, 김정은 시대 상징하는 핵심지로…선대와 구별)
화성지구는 북한 당국이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송신·송화지구와는 차별화된다. 상급 간부나 특수 직종 종사자들의 수요가 있고 각종 주요 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과거 화성지구 주택 가격과 올해 8월 송신·송화지구 주택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조사 시점이 다르고 면적과 구조, 층수 등 주택 조건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평양 주민들이 주택 가치를 판단할 때 ‘언제 지었느냐’ 못지않게 ‘어디에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송신·송화지구가 자리한 사동구역은 평양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화성지구는 당국이 새로운 중심지로 밀고 있는 곳이다. 교통과 시장, 학교 등 생활 여건뿐 아니라 주요 기관과의 접근성도 주택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평양의 전통적 중심지인 중구역으로 가면 이 같은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2023년 데일리NK 취재 당시 중구역 경루동 강안다락식주택구는 35~60만 달러를 호가했다. 당시 시장에서 평가되는 가치가 크게 반영된 것이었지만, 중구역이라는 지역 자체가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꿩 먹고 알 먹는’ 평양 중구역 경루동, 살림집 가격 시세는?)
결국 평양의 주택시장에는 신축·구축의 구분을 뛰어넘는 지역에 따른 서열이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권력 중심지 중구역, 새로운 개발축으로 떠오른 화성지구, 도심 외곽에 자리 잡은 송신·송화지구 주택도 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생활 여건, 시설 수준에 따라 주택 가치도 달라져…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
송신·송화지구의 실제 생활 여건도 주택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입주 초기에는 전기와 수도, 승강기 등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현재 전기는 하루 평균 4~6시간가량 공급되며 승강기는 주로 아침과 저녁에만 운행된다. 그러나 정전이 되면 승강기도 함께 멈춘다.
겨울철 난방도 공급되기는 하지만 실내 온도는 평균 10~15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처음 들어갔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전기나 승강기가 제대로 안 될 때가 많다”면서 “난방도 온다고는 하지만 방 안이 따뜻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신축 아파트라도 내부 마감과 시설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새로 지은 살림집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면서 “창전거리나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와 화성지구, 송신·송화지구를 놓고 보면 집 안에 들어가는 옷장이나 이불장 같은 것부터 차이가 난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신축 아파트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갈린다. 국가로부터 새 살림집을 배정받은 주민들 가운데는 이를 ‘당의 은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고, 아직 집을 받지 못한 주민들 중에는 언젠가 자신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반면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수만 달러짜리 신축 아파트는 자신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소식통은 “먹고살기도 힘든 하바닥 노동자들은 집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면서 “돈 있는 사람들은 7만 딸라(달러)하던 집이 6만 딸라로 내렸다고 하지만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6만 딸라나 7만 딸라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달 노임을 받아 쌀 몇 키로(㎏) 사기도 힘든 사람들이 그런 집값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면서 “백 년, 천 년 일을 해도 자기 돈으로 그런 집 한 채 사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