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도서관 찾는 北 학생들…경제력·인맥 따라 이용 갈려

방학 맞아 방문 수요 늘었지만 컴퓨터 사용 경험, 도서관 직원과의 인맥이 시설 이용 크게 좌우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10월 17일 양강도과학기술도서관 준공식이 전날(16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여름방학을 맞아 과학기술도서관을 찾는 북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주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거나 도서관 직원과 안면이 있는 학생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방학이라 과학기술도서관을 찾는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많은데, 시설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사실상 정해져 있다”며 “집에 컴퓨터가 있어 기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이나 도서관 종업원과 개인적 안면이 있는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각 도에 과학기술도서관을 건설하고 이를 ‘과학기술 보급의 거점’으로 선전해 왔다. 도서관 내에는 학술토론회장과 과학영화관, 동화상열람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내부 인트라넷에 접속해 각종 과학기술 자료를 검색·열람할 수 있는 컴퓨터 설비도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학습 자료를 열람하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과학기술도서관을 찾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 여부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인적 관계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학교들에는 컴퓨터 교육을 위한 정보화실이 갖춰져 있으나 정규 컴퓨터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저도 열악한 전력 사정과 기기 부족으로 학생들이 직접 컴퓨터를 조작해 보지도 못한 채 이론 수업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집에 컴퓨터가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컴퓨터 활용 능력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컴퓨터를 제대로 다뤄본 적 없는 학생들은 도서관에 가더라도 사용 방법을 잘 모르는 데다 컴퓨터로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데, 도서관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멋쩍어 아예 도서관을 찾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집에서 컴퓨터가 있어 다뤄본 학생들은 별다른 도움 없이도 도서관에서 스스로 원하는 자료를 검색하고 열람해 방학 기간 도서관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집에 컴퓨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고, 결국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은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갈리게 되는 셈”이라며 “경제력 있는 일부 가정에서는 컴퓨터 가정교사까지 붙여서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과외비를 부담하기 힘든 가정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아니면 컴퓨터 사용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관 직원과의 인맥 역시 시설 이용을 좌우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도서관 직원과 안면이 있는 학생들은 컴퓨터 사용이나 이를 활용한 자료 검색에 도움받는 것은 물론, 이용 시간도 넉넉히 보장받는다.

반대로 도서관 직원과 전혀 안면이 없는 학생들은 일정 시간 이상 컴퓨터를 이용하면 직원으로부터 다른 이용자를 위해 자리를 비켜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이에 컴퓨터 사용이 서툴러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학생들은 도서관 이용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컴퓨터를 제대로 다뤄보지 못한 학생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도서관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결국은 집에 컴퓨터가 있는 경제력 있는 학생들, 도서관 종업원을 아는 학생들만 시설을 이용하게 되고 이로써 정보 접근의 기회와 학업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Previous article“에이즈가 공기로 옮기나”…봉사기관 종사자들 HIV 검사에 불만
Next article북중 혈맹 강조하면서 “국경 경계 태세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