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술·담배 준비해라”…학생 간부 강습에도 세외부담 전가

청년동맹, 강습 앞두고 식량·차량 확보용 현물 요구…“돈 없으면 학생 간부도 못 맡아” 씁쓸

북한 북부지역의 소년단 야영소
북한 북부 지역의 소년단야영소.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구역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이 학생 간부 강습을 앞두고 참가자들에게 쌀과 술·담배를 준비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적으로 제기된 행사 참가에 관한 세외부담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방학을 맞아 청진시 내 학교 청년동맹 열성자들이 일주일간 강습을 가는데, 포항구역 청년동맹이 참가자들에게 쌀 2㎏과 담배 한 갑, 술 한 병씩 준비해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제는 뭘 내라는 말이 없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일 정도”라고 전했다.

여기서 ‘학교 청년동맹 열성자’는 학교 청년동맹 위원장이나 초급단체 위원장·부위원장 등 주요 직책을 맡아 청년동맹 조직 사업에 앞장서는 핵심 학생 간부를 말한다. 이런 학생 간부 활동 경력은 조직생활카드에 반영되며,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포항구역 내 학교 청년동맹 열성자들은 내달 3일부터 청진시 청암구역에 있는 승원소년단야영소에서 일주일간 합숙 형태로 강습을 받을 예정이다. 강습에서는 학생 간부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학교 청년동맹 조직 운영 및 사업 집행 방식에 대한 교육은 물론 체력 단련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참가자들에게 관련 부대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포항구역 청년동맹은 참가자들에게 쌀, 담배, 술을 미리 준비하도록 했는데, 쌀은 합숙 기간 소비할 식량으로, 술과 담배는 야영소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차량을 마련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참가 학생들의 가정에서는 이 같은 요구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학교 청년동맹 위원장이나 초급단체 위원장 등은 주로 권력과 경제력을 갖춘 간부·돈주 집안의 자녀들이 주로 맡기 때문이다.

특히나 학교 청년동맹 열성자 강습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아니어서, 참가자들이 이번 강습에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를 일종의 특권으로 받아들이며 요구된 현물 정도는 흔쾌히 부담하려 하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안의 경제력이 학생 간부 선발과 활동을 좌우한다는 현실에 씁쓸함을 표하고 있다. 행사 관련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의 자녀는 아무리 조직생활 태도가 좋아도 학생 간부를 맡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이번 강습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보면 대부분 부유한 집안 자녀들이라 이 정도 부담은 웃으넘기며 현물을 준비한다”면서 “학생 간부들을 육성한다면서 먹는 것부터 이동하는 데 드는 것까지 모두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일이 너무 당연해진 현실이 그저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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