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러시아 파견을 준비하던 북한의 한 무역일꾼이 집안에 행방불명자, 이른바 ‘행불자’가 있다는 이유로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북한에서 여전히 토대가 해외 파견 대상자 심사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1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러시아 파견을 준비하던 평양의 한 50대 무역일꾼이 마지막 신원조회 과정에서 외사촌 조카의 행방불명 사실이 드러나 최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파견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이달 초에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소속 기관으로부터 러시아 파견 대상자로 지목돼 문건 요해(검토) 등 관련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지막 신원조회 과정에서 행방불명된 외사촌 조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이것이 문제로 불거지면서 끝내 러시아 파견이 취소됐다는 전언이다.
북한의 해외 파견 대상자는 엄격한 신원조회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은 해외 파견자의 체제 이탈을 우려해 집안에 탈북민이나 행불자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보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아예 대상에서 배제시킨다.
당사자들 스스로도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행불자가 있으면 “우리는 토대가 안 된다”며 체념할 정도로 이 문제는 북한 당국 차원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보는 사안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직자 신분으로 해외에 파견되는 경우에는 노동자로 나가는 일반 주민들과 달리 배우자 등 가족을 동반해 나갈 수 있는데, 이 경우 본인은 8촌, 배우자는 4촌까지 신원조회를 당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해외 파견 자체가 외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데다 외화벌이를 통한 생활 개선의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데, 심지어 가족까지 데리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는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신원조회가 까다롭게 이뤄질 수밖에 없고, 집안에 행불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 해외 파견 기회는 곧장 박탈될 뿐만 아니라 이후 간부사업, 즉 인사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신원조회에서 걸리면 해외 파견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해외에 나가는 일은 개인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집안 전체가 검열을 통과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사촌 조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까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대상자로 지목된 뒤 면접과 실무 검토, 강습과 시험을 치렀는데 결국 신원 문제로 밀려나는 것이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참 허망한 일이었을 텐데, 그래서 그동안 해외에 나간다고 한껏 들떠 팔팔했던 사람이 지금은 데친 시래기처럼 풀 죽어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