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외화벌이 단위 책임자나 기지장 등 이른바 ‘감투’를 선호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기피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화벌이 사업에서 이전보다 성과가 강조되고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면서 책임자 직책을 실익 없는 부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9차 당대회 이후 각 외화벌이 연관 단위에서 책임자 보직을 맡았던 인원들이 건강 문제나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를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신흥무역회사, 대성무역회사 산하의 사금 채취, 양식장 운영, 원료기지 및 부업지 관리, 원료 가공 사업 등 외화벌이와 연계된 50인 미만 소규모 단위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책임자나 기지장이라는 이름만으로 살기 좋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돈 벌 자리로 보기보다 오히려 위험한 자리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9차 당대회 이후 경제 분야 전반에서 ‘성과 중심 평가’가 더욱 강조되며 단위별 실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현상이 자리 잡은 데 따른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화벌이 단위들에 구체적인 지표와 과업이 내려지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자에 대한 신랄한 평가와 혹독한 비판은 물론 처벌까지 뒤따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일정 상납금만 내면 비교적 자율권이 보장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외화벌이 단위의 생산·유통·수익 등 전 과정에 걸쳐 중앙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된 것도 책임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벌면 벌어서 감시를 받고, 못 벌면 못 벌어서 무능하다고 몰리는 구조”라며 “결국 책임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욱이 각 단위에서 운영 자금과 벌이 기반까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책임자들이 심지어 개인 자산을 털어 넣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화벌이 단위 전반에 “돈 벌자고 나선 자리인데 오히려 가진 것을 다 잃을 수 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쯤에서 물러나야 그나마 가진 것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외화벌이 단위 책임자들은 감투 자진 반납하고 있고,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외화벌이 체계가 개인·단위 중심에서 국가 중심, 국가 주도로 재편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권한과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던 자리가 성과 압박과 책임 부담, 처벌 위험을 동반하는 자리로 바뀌면서 ‘기회’보다 ‘리스크’를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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