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탈북민 가족의 돈 수령 장면과 허름한 집안 내부를 촬영해 넘긴 양강도 혜산시의 한 송금 브로커를 정치범으로 처벌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단순히 불법 송금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 생활상이 담긴 영상을 외부로 유출해 체제 이미지를 훼손한 것으로 심각하게 문제시했다는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던 혜산시 주민 A씨가 지난 1월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최근에야 주민 사회에 전해져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한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의 영상을 촬영해 외부에 넘겨 거래를 마무리했다.
사안은 A씨가 이후 다른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위부에 체포되면서 불거졌다. 보위부가 A씨의 중국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 삭제된 과거 영상을 복원하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커진 것이다.
복원된 영상에는 탈북민 가족이 돈을 수령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허름한 주택 내부가 그대로 담겼고 심지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도 찍혔는데, 보위부는 “국가 체면을 손상시키고 수령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며 A씨를 몰아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A씨가 정보 유출입의 통로로 지목해 강하게 단속하고 있는 불법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한 데다 이를 통해 적대국인 한국과 연락한 정황까지 파악되면서 당국이 이를 단순 생계형 범죄가 아닌 심각한 정치적 범죄로 다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3년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한 뒤 한국과의 접촉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오고 있는데, 이런 내부 분위기 역시 이번 사안의 심각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사안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검은돈을 받고 어렵게 사는 집을 일부러 찍어 넘긴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큰 죄가 되느냐”, “벌어 먹고살려고 영상을 찍은 것뿐인데 정치적으로 다뤘다”며 혀를 내두르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정치범수용소에서 들어가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을 근거로 A씨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영상을 촬영하는 것까지 모두 정치적 문제로 다루면서 브로커들이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일을 계기로 혜산시 송금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송금 사실을 증명할 영상 촬영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아무리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는 중국 손전화 사용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국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부와 연락하며 돈을 전달하는 불법 장사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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