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정은의 ‘죽음 마케팅’과 평양의 눈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27일 참전 군인들을 위한 추모 음악회 ‘조국의 별들’이 전날(26일) 저녁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야외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금 평양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4월 26일 평양에서는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 열렸다. 김정은은 준공식 이전부터 만수대창작사를 찾아 전사자 조각상의 표정 하나까지 ‘현지지도’하는가 하면, 유가족들을 위한 집을 짓고 새별거리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김주애와 함께 새별거리에서 기념식수를 하는 등 이들의 죽음을 자신의 통치 정당성으로 이용하기 위한 치밀한 연출이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준공식에서 눈에 띄는 건 축하공연에서 불린 신곡이다.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조국의 별들>, <기억하리>, <조국에 대한 노래>에 이어 <영원한 경의>라는 신곡을 공개했다. 북한 음악정치의 최전선에 선 가수 김옥주가 부른 신곡 <영원한 경의>의 가사는 지독하리만큼 비정했다. 노래는 꽃다운 나이에 사그라진 청춘들의 삶을 ‘길지 않은 생이라도 영생 속에 있을 것’이라며 영웅화했다. 타국의 침략 전쟁에 외화벌이를 위해 ‘용병’으로 팔려 간 청년들의 비극을 ‘조선의 명예와 존엄’이라는 거창한 수사로 세탁한 것이다.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채 버려진 병사들을 ‘조국의 별들’로 치환하고, 그들의 이름을 화려한 기념관에 박제함으로써 죽음을 영웅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노래들이 지향하는 의도가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영원한 경의>는 남겨진 이들을 향한 위로가 아니라, 사지로 떠날 또 다른 청춘들을 향한 ‘명령서’에 가깝다. “너희가 죽더라도 국가가 화려한 노래와 기념관으로 영원히 기억해 주겠다”라는 기만적인 약속은 결국 개인의 생명을 정권을 위해 쓰겠다는 비열한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노획물까지 전시하며 세워진 전투위훈기념관은 결코 위로의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청년들의 목숨값을 외화와 맞바꾼 김정은의 탐욕이 보관된 장소이며, 가장 화려한 이름으로 지어진 ‘정신적 감옥’일 뿐이다. 전사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는 신곡의 가사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해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려한 선율 뒤에 숨겨진 북한 청년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북한 체제의 민낯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연일 주민들을 이 기념관에 동원해 추모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가 영웅이 묻힌 자리에서 눈물을 강요하며, 똑같이 김정은을 위해 자폭용사가 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기념관을 방문한 주민들의 손에 들린 꽃송이는, 사실 러시아 전선에 팔려 가 유해조차 찾지 못한 청년들의 비참한 진실을 가리기 위해 국가가 쥐여준 ‘기만의 소품’이다.

더욱 섬뜩한 것은 김일성의 ‘태양절’을 지우고 그 자리에 자신의 ‘위훈’을 덧씌우려는 김정은의 꼼수다. 북한 인민들에게 가장 신성시되던 4월의 축제 분위기를 파병 전사자들에 대한 슬픔과 결의로 대체하는 것은,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목숨값을 발판으로 자신의 절대 권위를 세우려는 의도다. 태양의 온기 대신 죽음의 비장미로 4월을 채색함으로써 인민들에게 ‘수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이라는 사상적 굴레를 더욱 강요하는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국가의 이름을 빌린 명백한 ‘전쟁 범죄’다. 정권의 통치 자금과 군사 기술을 얻기 위해 꽃다운 청춘들을 남의 나라 전쟁터에 ‘용병’으로 팔아넘긴 행위는, 북한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권이 말살된 땅에서 청년들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전선으로 끌려가고 있다. 우리는 <영원한 경의>라는 노래 속에 숨겨진 북한 주민들의 비명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랑하는 아들과 아버지를 억울하게 떠나보낼 유가족들의 처절한 아우성이 귀에 쟁쟁하다. 이런 잔혹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저런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정녕 죄스럽지 않은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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