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님 사랑으로 키워냈다던 고아 출신 청년들, 공장 자재 유출

중등학원 출신 청년 노동자들 조직적으로 자재 빼돌려 파장…맹비난과 동정론으로 반응 엇갈려

대동강축전지공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대동강축전지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축전지 생산의 핵심 자재인 납 등을 장기간 빼돌려온 사실이 드러나 당국이 대대적인 검열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공장 일부 청년 노동자들은 수개월에 걸쳐 납과 희귀 금속을 소량씩 외부로 유출해 장마당 암거래꾼들에게 넘겨왔다.

이들의 비리 정황은 이달 초 공장 내부의 은밀한 신고를 통해 포착됐고, 4·15(김일성 생일) 명절을 보낸 이후 17일부터 사회안전성과 시 검찰소 성원들로 구성된 10여 명 규모의 합동 검열 구루빠가 전격 투입돼 열흘간 고강도 수사에 돌입했다.

검열 구루빠는 공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자재 창고 장부와 실제 재고를 대조하며 빠져나간 자재를 낱낱이 파헤쳤고, 특히 야간 교대 시간을 이용한 유출 경로를 집중적으로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감시가 소홀한 폐자재 적재함 밑에 자재를 숨겨뒀다가 이를 빼돌리는 치밀한 수법을 사용하는가 하면 군수품으로 전용될 수 있는 예비 자재에까지 손을 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자재 유출이라는 사안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당사자들의 출신 배경 때문에 내부적으로 더 큰 파장을 낳았다. 자재를 빼돌린 청년 노동자 대다수가 고아를 수용하는 중등학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이들에 대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랑 속에 인재로 키워냈다’고 선전해 온 만큼, 현실과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들은 공장의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조직적으로 자재를 빼돌려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집단 숙소 생활을 하며 형성된 끈끈한 유대감이 범죄 모의의 기반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공장 노동자들과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먹여주고 키워준 은혜를 도둑질로 갚느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근본이 없다”며 청년 노동자들을 맹비난했고, 일부는 “오죽 배고프고 힘들었으면 이런 일까지 벌였겠느냐”며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검열 구루빠도 이번 사건의 본질을 더욱 강해진 노동 압박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배급과 처우가 형편없이 낙후한 현실을 꼽았다”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원아 출신 청년들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극심한 생활고에 직면하자 가장 손쉬운 생존 전략으로 공장 자재 빼돌리기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배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노동자들이 생계 위기에 내몰린 것이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으로 파악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성은 전국 공장·기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중등학원 출신 청년 노동자들의 사상 동향과 생활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유사 사례의 추가 적발과 함께 내부 통제 강화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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