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절 앞두고 국경경비대 나무 심기 총동원…“어차피 죽을 텐데”

멀쩡한 나무 옮겨 심었다가 고사하는 일 되풀이…동원된 군인들 "무작정 많이 심기만 하니 문제" 지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3월 19일 “각지에서 애국의 마음을 담은 봄철 나무심기가 활발히 진행됐다”며 식수에 나선 평안북도 동림군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오는 14일 식수절을 앞두고 북중 국경에서 근무하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나무 심기 작업에 동원됐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고사할 나무를 왜 옮겨 심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경비대 31여단 소속 군인들은 지난 9일부터 중대·소대·분대 단위로 구간을 나눠 3m 간격으로 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은 산림 복구와 생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매년 봄과 가을에 나무 심기 운동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식수(植樹) 사업에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이렇게 식수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심은 나무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신의주 및 의주 지역에서는 2024년 여름 수해 이후 심은 나무 중 상당수가 고사하면서 지난해 나무를 뽑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일도 벌어졌다.

소식통은 “죽은 나무들은 대부분 당시 정치행사용으로 급하게 옮겨 심은 나무들”이라며 “나무의 생존을 생각하기보다는 전시 효과를 노리고 한 일이라 나무들이 살아남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적인 미관을 위해 묘목이 아닌 성목을 무리하게 옮겨 심었고, 결국 나무가 고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신의주, 의주 지역에서 국경경비대 군인들을 동원해 진행하고 있는 작업 역시 묘목이 아니라 산에 있는 성목을 옮겨 심는 과정의 하나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차라리 그대로 두면 잘 자랄 나무들을 녹화 사업을 강조하면서 무리하게 떠다 심고 있다”며 “잘 자란 나무를 파내 옮기면서 뿌리가 상하고, 옮겨 심은 뒤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결국 죽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군인들이 며칠째 구덩이를 파고 있는데 작년에 나무 심었던 자리를 또 파는 일이 일상”이라며 “작년 봄에 심은 나무가 죽어 가을에 다시 심었는데, 그것마저 또 죽어 이번에도 다시 구덩이를 파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군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어차피 나무가 죽게될 텐데 왜 옮겨 심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대는 군인들도 있고, 나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살피고 관리해야 하는데 식수 성과에만 목이 말라 무작정 많이 옮겨심기만 하니 문제라고 지적하는 군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식수 사업은 단순히 국경 일대 환경미화 목적만이 아니라 국경으로의 접근이나 외부의 감시 차단을 위한 정치·군사적 목적도 내포돼 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식수 작업은 예년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식통은 “보통 식수절 전후에 이뤄지는 나무 심기는 2~3일이면 끝나는 작업이지만 이번에는 군인들이 일주일 이상 나무 심기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31여단처럼 작업량이 많은 부대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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