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보며 ‘동경심’도 ‘체제 우월감’도 느끼는 北 주민들

한국 사회 낮잡아 보고 비하하면서도 경제적 풍요는 부러워하는 등 양가적인 심리 상태 보여

북한 주민들이 ‘쥐카드’라고 부르는 SD카드.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도 주민들의 외부 콘텐츠 접촉과 소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과 사상교육에 기반한 ‘체제 우월감’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인 양상이 포착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한국 영화나 연속극(드라마)을 본 사람들끼리 모이면 ‘애국도, 집단도 없고 사랑과 돈 이야기뿐’이라는 평을 내놓는다”며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속자들’, ‘배가본드’, ‘서초동’ 등 접한 거의 모든 작품의 내용이 그렇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태양의 후예’ 같은 것을 보면 군인들도 연애를 하고 사랑 문제로 고민하는 장면이 많은데, 이를 접한 사람들은 ‘저런 정신 상태로 전쟁이 나면 어떻게 싸우겠느냐’는 식으로 말한다”며 “상관에게 따지거나 갈등하는 장면을 두고 군대 규율이 약하다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북한) 군대와 비교하면 한국 군대는 오합지졸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극적으로 각색된 설정이나 요소를 실제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이를 북한의 현실에 빗대어 보며 ‘정치사상적으로는 우리가 훨씬 단단하다’는 체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리가 백배 낫다’며 한국 사회를 낮잡아 평가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인식은 북한 당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상 교양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물질만능주의 사회인 한국과 비교해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주입해 온 결과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식통은 “영상물을 통해 한국이 잘사는 것을 목격하며 부러움을 느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그래서 겉으로는 한국 사회를 깎아내리지만, 생계 문제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한국 사회를 동경하게 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결국 한국 영화,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외부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민들 속에 동경심과 우월감이라는 양가적인 심리 상태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을 지속 강화하며 외부 콘텐츠의 유입과 유포 행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나 내부 수요가 끊이지 않다 보니 이러한 현상은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하루하루 생계에 쪼들리면서 국가가 요구하는 노동과 각종 조직생활에 참여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외부 영상물은 하나의 해방구”라며 “날이 갈수록 단속은 강화되고 있지만 USB를 돌려보며 외부 영상물을 접하려는 주민들의 욕구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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