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살림집 건설은 경제성장을 견인하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 하에 전날(18일) ‘화성지구 5단계’ 건설 착공식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시대에서 큰 변화를 꼽는다면 6차 당대회 이후 이를 매년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 규약에 명시된 5년 주기의 당대회 개최 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정치적 안정성과 정상화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1년 1월에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년간의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며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을 다짐했다. 하노이회담의 실패, 코로나 시기의 국경 봉쇄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정책 실패에 대한 학습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주요 정책사업이 대부분이 핵개발과 관련되어 있었지만, 대형건설 관련 사업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8차 당대회를 통해 평양 5만 가구 살림집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평양 인근에 신도시급의 대형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실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지시했다.

2026년 2월 9차 당대회 개최가 임박하자 북한 매체는 5만 세대 완공을 위한 막바지 공사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핵심 목표가 가시적으로 이행되고 있음은 물론, 최고지도자의 인민 주거복지 실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평양의 고급 아파트 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계층이 특수층에 한정된다고 했을 때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4월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살림집의 준공 당시 입주민은 일반주민이 아닌 특수계층에 속한 주민이었다는 것을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김정은은 평양뿐 아니라 농촌지역의 살림집 건설 사업도 진행하였다. 북한은 2024년 10월 초를 기준으로 전국 141개 시·군에서 4만여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24년 1월에는 10년 동안 매년 20개 시·군에 지방공장을 건설한다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발표함과 동시에 추진 중이며, 2025년에는 의료 보건 분야에서도 평양종합병원의 개원을 계기로 시·군에 현대적 보건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설 사업이 수반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지만 건설 사업보다는 그 정책의 본질적인 목표 달성이 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정책의 선두에 건설 사업이 앞서가는 느낌을 받는다. 건설 사업이 완료되면 그 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남게 된다. 건설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김정은 정책의 성공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반복돼 왔다.

아직도 평양에서는 가시적인 성과에 목매는 건설 사업이 줄지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건설 사업에서 아쉬운 또 한 가지는 정책이나 사업의 수행 과정에서 낙수효과를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정책은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이익이 분배되는 구조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건설 과정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신분이 군인이든 일반주민이든 상관없이 충분한 보상이나 이익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주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아무리 사회주의 경제체제라고는 하지만 북한 내 정상적인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이러한 건설 관련 사업이야말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건설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건설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와 업적을 쌓기도 하고, 이를 통해 더욱 큰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또한 건설은 경제적으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간접적 가치상승 효과와 이로 인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재와 인력을 국가가 통제하고 공급하여 원가 산출이 무의미하고 이윤의 발생이 어려울 경우 현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게 된다. 사업에서 얻어지는 최종성과는 정치적 결과물로 최고지도자에게 돌아갈 뿐,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여 재투자되고 기술개발이 촉진되어 원가를 낮추는 등의 순환구조가 생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국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경우 정책의 수혜자는 특정 계층이 아닌 일반 인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평양과 지방 발전의 이원화 정책은 인민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정책은 지역적 형평성과 균형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두고 평양과 지방의 인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야만 양극화를 좁힐 수 있다. 평양 시민 또는 일부 계층에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듯 보이는 건설 사업은 대다수 인민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건설 사업은 충분히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다. 남한은 이미 그러한 효과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체제가 다른 두 경우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건설이 가지고 있는 경제발전 에너지를 충분히 이용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완공되었는가가 아니라, 그 건설이 지역과 경제를 성장시켰는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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