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국경 지역 송금 브로커와 그 심부름꾼들이 탈북민 가족을 상대로 협박을 벌이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고도 받았다는 음성 녹음이나 영상 촬영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보위부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하는 식이다.
2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요즘 일부 송금 브로커나 그들의 심부름을 하는 이들이 탈북민 가족의 집을 찾아가 ‘남조선(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이 보내서 왔다’며 다짜고짜 돈을 받았다고 말하는 음성을 녹음하거나 영상을 찍겠다고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이 실제로 돈을 건네지 않고도 탈북민 가족들에게 ‘받았다’라는 음성이나 영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민 가족들의 음성이나 영상은 수령 확인에 필수 요소다. 탈북민들은 송금 브로커에게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고, 송금 브로커는 실제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건네면서 이를 확인하는 음성이나 영상을 촬영해 다시 탈북민에게 보낸다.
이런 절차들은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최근 일부 송금 브로커와 그의 심부름꾼들이 이를 악용해서 탈북민 가족들을 협박하고 돈을 가로채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설과 같은 명절이 있는 시기에는 송금 규모가 늘어나는데, 특히 이달은 당대회 때문에 국경 단속이 강화된 상황”이라며 “단속 강화로 전달 과정의 위험이 커진 틈을 타 일부 브로커들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13일 회령시의 한 탈북민 가족의 집에 송금 브로커 A씨가 찾아왔다. 그는 탈북민의 이름을 가족에게 이야기해 안심시킨 뒤 “1만 위안을 전달해 달라고 했으나 현재 돈이 없으니 먼저 받았다는 음성을 보내고, 후에 다시 와서 돈을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상함을 느낀 탈북민 가족이 “돈을 주면 하겠다”라며 녹음을 거부하자, A씨는 “전에 찍은 영상이나 음성을 보위부에 제출하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탈북민이 보낸 돈을 가족에게 전달하지 않고 모두 가로채려 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탈북민 가족은 눈치를 채고 강경하게 나갔으나 어떤 가족들은 브로커들의 그럴듯한 말에 속거나 보위부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넘어가 돈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받았다는 확인부터 먼저 하는데, 그리고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양강도 김정숙군에서는 최근 한 탈북민 가족이 돈을 전달하러 온 심부름꾼의 협박에 결국 돈을 뜯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탈북민 가족은 앞서 5000위안을 전달받고 수령 확인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후 심부름꾼이 찾아와 3000위안을 달라면서 “응하지 않으면 함께 보위부로 가자”고 협박했다. 결국 가족은 2000위안을 내주고 3000위안만 손에 쥐게 됐다.
브로커들이 통상 수수료로 40%를 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에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돈은 8000위안 정도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고율의 수수료에 협박성 갈취까지 이어지면서 탈북민 가족들이 ‘이중 수탈’ 구조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보위부 단속에 대한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탈북한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위부에 적발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감시도 더 심해지기 때문에 일부 가족들은 아예 돈 수령을 거부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브로커들은 바로 이런 탈북민 가족들의 불안 심리를 노리고 보위부에 알리겠다는 말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한다”며 “이에 맞서는 가족도 있으나 두려움 때문에 결국 요구를 받아들이는 가족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탈북민 가족에 대한 보위부의 단속이 이들을 상대로 한 협박이나 사기 행각을 사실상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탈북민 가족들은 상시적인 감시 속에서 금전적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가족에 대한 보위부의 감시와 단속은 쉽게 완화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도 이들을 상대로 한 송금 브로커나 심부름꾼들의 협박이나 사기 행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신뢰할 만한 브로커를 선별해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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