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만 남는 시설 건설 악순환 끊나…실제 운영에 초점 맞춰 평가

양어장 등 운영 실태 점검 나선 그루빠, 자체적 운영 기반 마련한 시설 '자생력 발현'으로 긍정 평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5월 5일 평양 대동강양어 및 종어생산공급소 양어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조명하며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김정은)의 영도 업적을 빛내어 갈 일념에 넘쳐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비상설 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부문별 사업 요해 그루빠를 파견해 총화를 진행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장연군과 태탄군 일대에 비상설 당대회 준비위원회가 파견한 그루빠가 내려와 양어장, 남새(채소)온실 등 생산 기반 시설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성과에 대해 평가했다.

소식통은 “8차 당대회 이후 인민생활 향상이 하나의 과제로 강조되면서 여기저기에서 보고를 위한 맹목적인 생산 시설 건설이 이어졌다”며 “이에 그루빠는 단순 건설 실적이 아니라 실제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생산 유지 능력이 있는지를 구체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아 총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실제 현실에서는 생산 시설이 아예 흔적만 남아 있거나 겨우겨우 유지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다수였고, 운영이 잘되고 있는 시설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운영이 잘 되는 시설은 생산물을 개인에게 넘겨 장마당에 유통·판매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번 그루빠의 총화에서 이런 사업 방식이 문제로 지적되지 않아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운영이 잘되고 있는 시설들은 생산물을 외화벌이에 이용하거나 개인들과 결탁해 군 내외 장마당들에 생산물을 유통·판매하며 자금을 확보한다”며 “이번에 이러한 방식이 비판을 받지 않고 오히려 자생력을 발현했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돼 이목을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기에는 이런 식으로 시설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문제시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일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과정이 어떻든지 간에 실질적인 결과나 성과 자체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이런 방식이 용인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장연군과 태탄군 일대에만도 영예군인·공로자 등 우선 공급 대상자 지원을 명분으로 수십 개의 생산 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이미 중앙에 성과로 보고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중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곳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자금 확보 기반을 마련해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주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러한 사업 총화 방식은 형식이 아닌 본질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당 중앙의 기조와 맞물려 있다”며 “시설이 얼마나 생겨났는지보다 생겨난 시설이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로 성과 평가 기준이 이동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사업 총화가 이어질 경우 단위별 운영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변화해 자체 수익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생산 기반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건설만 해놓고 결국엔 흔적으로만 남는 돌고 도는 악순환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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