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기차역으로 몰리는 부랑자들…대혼잡에 안내원들 진땀

주요 교통 요충지인 신안주역에 열차 이용객들과 추위를 피해 온 부랑자들 뒤엉키자 출입 통제 강화

북한 평양역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의 주요 기차역들에 추위를 피해 밤을 지새우려는 부랑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역들에서는 안내원들을 상시로 교대 배치하며 출입과 체류를 통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신안주역을 비롯한 평안남도 내 주요 교통 요충지 기차역에 열차 이용객들과 추위를 피해 몰려든 부랑자들이 뒤엉키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신안주역은 서해안의 대동맥인 평의선과 내륙 만포선을 잇는 개천선의 시발점으로 사시사철 이용객이 많은데, 지속되는 추위에 부랑자들까지 한데 모이며 역전 일대가 인파로 뒤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신안주역에는 겨울철 난방용으로 벽을 따라 온수식 온열판이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 가동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형식상 난방 설비는 갖춰져 있으나 연료나 온수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신안주역에 난방이 돼서 사람들이 몰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온기로 추위를 버티려고 몰리는 것”이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기차역은 한겨울에 그나마 덜 춥게 밤을 날 수 있는 장소인데, 그래서 밤이 되면 신안주역에 부랑자들이 몰려들어 바닥에 지함(박스)이나 비닐 박막 등을 깔고 눕거나 벽에 기대 잠을 잔다”고 말했다.

이렇게 밤마다 부랑자들이 기차역으로 몰려들면서 역내 질서 유지와 안내를 책임지는 안내원들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평소 때 같으면 열차 도착·출발 시각 안내나 승차권 확인 정도가 주된 업무겠지만, 최근에는 상시로 교대근무를 서며 저녁 시간 기차역의 주요 출입구들을 통제하는 업무에도 투입되고 있다.

실제 안내원들은 개개인의 여행증명서와 차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열차 이용이 아니라 추위를 피해 노숙할 목적으로 역내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지 주민들 속에서는 이런 풍경이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매년 겨울철이면 반복되는 일이라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진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살아보겠다고 추위를 피하러 온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며 내쫓고 몰아내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하다”며 “사회주의 낙원이라는 선전과 다른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큰 정치적 행사를 앞두고 조성된 긴장 분위기에 따라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통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사건·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역들에서도 긴장하며 통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겠냐고 한다”며 “그래서 당대회와 2·16이 끝날 때까지는 기차역 출입 통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모든 기차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전언도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역들은 유동 인구가 적다 보니, 인파 쏠림 현상이 신안주역과 같은 주요 기차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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