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당의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과정에서 늘어난 지방비로 인해 주민 세외부담이 증가하고, 그 결과 주민들의 삶의 질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새해 지방발전 정책에 필요한 비용과 관련해 “우(위)에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휘해 자체 예산으로 해결하라”는 중앙의 지시문이 하달되면서 지방 정부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심지어 지방 건설에 동원되는 군인들의 식량까지도 해당 지역 인민위원회가 책임지라는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예산 체계는 중앙예산과 지방예산으로 나뉘며, 도·시·군 인민위원회가 독자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하는 재정을 지방예산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지방예산제는 지방에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방 정부가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중앙이 할당한 몫을 충당하고, 남는 재원으로 교육·보건·시설 관리 등 지방 행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다. 이는 지방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앙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당이 강조해 온 지방발전 정책은 체제 유지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장화 초기에는 지방이 시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 시장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권력 기관의 재정으로 흡수되고, 그 결과 효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시장 논리보다는 힘의 우위를 앞세운 체제 유지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 질서의 본질은 중앙의 계획이나 과도한 통제 없이, 개별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거래와 경쟁을 통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 체계에 있다. 이는 단순한 물건의 교환을 넘어, 가격 메커니즘과 경쟁 원리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자율적 질서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는 노동당과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책임 전가로 인해 시장 질서의 기준이 경쟁에서 권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력과의 거리, 통제 기관과의 관계가 경제 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면서, 약육강식의 권력 중심 질서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화는 한때 주민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했지만, 강화된 정부 통제는 소득 정체와 분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지방발전을 10년이 아니라 100년 더 추진한다 해도 평양과 지방 간 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관료와 주민들이 중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에 머무르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을 말하고, 정책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을 표출할 때에만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침묵과 순응은 노동당과 정부의 부담을 줄여줄 뿐이고, 지방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된다.
중앙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은 지방에 대한 중앙의 착취적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위험이 크다. 노동당은 말로만 지방발전을 강조하며 그 대가로 복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방 정부와 주민들이 자유로운 시장 환경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방 경제 성장의 열쇠는 통제가 아니라, 시장 질서의 회복과 자율성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