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들 사는 도당 아파트에 줄 잇는 차량 행렬…연말연시 ‘상납 러시’

새해 인사 차원에서 뇌물 바치는 관행 이어져…주민들 "당에서는 몇 년째 반부패 외치지만 빈말"

북한 어머니날 선물용 화장품 세트.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도(道)당위원회 간부들이 거주하는 이른바 ‘도당 아파트’에 지난해 말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말과 연초 도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난 차량 행렬에 일반 주민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청진시 포항구역에 있는 도당 아파트는 2층짜리 건물이 여러 동 있는데, 지난달 말부터 외부 차량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아래 단위 간부들이 상납 뇌물을 들고 올라가는 모습은 매년 이맘때마다 반복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차 소리가 나면 주민들은 그게 어디로 향하는지는 소리만 들어도 다 안다”면서 “그 아파트 사람들은 자동차가 떠날 때까지 문을 절대 열지 않는데, 상납 뇌물이 오가는 것을 대놓고 쳐다보지 않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관습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뇌물 상납은 일반 주민들이 노력(인력) 동원에서 빼달라며 인민반장들에게 사탕 한 봉지 건네는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군(郡)이나 시(市)당위원회 간부가 도당으로, 도당 간부가 중앙으로 올리는 상납 사슬의 핵심이 되는 곳이 바로 도당 아파트”라며 “세월이 지나도 이 사슬은 끊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북한에는 매년 말부터 설 명절이 있는 이듬해 초까지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행위를 의례적인 ‘새해 인사’ 풍습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뇌물 상납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도 연말 연초 윗사람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문화를 ‘미풍양속’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런 선전이 뇌물 상납 관행을 미화하며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단위의 간부들은 이렇게 도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물론 일가친척의 일자리나 사업권까지 청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무역회사 경리·부기, 보위부·안전부 서기, 호텔·숙영소 종업원 같은 돈 되는 자리는 대부분 상납을 많이 한 하급 단위 간부 사모들이 차지한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 속에서는 ‘뇌물의 크기가 간부 사모의 직장 질을 결정한다’, ‘장사를 안 해도 잘 먹고 잘사는 집안은 따로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다. 양강도 혜산시 혜명동의 도당 아파트에도 실제 지난해 말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간부 집들은 이맘때 들어오는 뇌물의 크기가 작으면 기분 나빠 한다”며 “요즘은 돈봉투만 건네는 건 성의가 없다고 보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 또는 값이 나가는 귀한 물건까지 얹어야 인사다운 인사로 본다”고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도당 아파트에 뇌물 상납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은 당국의 부패 척결 구호는 허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몇 년째 반부패를 외치지만 도당 아파트만 봐도 그게 빈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며 “연말부터 연초까지 도당 아파트에 차량이 줄을 잇고 있는 장면은 힘의 논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