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5시간가량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의류공장. 이곳에는 중국에 파견된 지 5년이 넘은 30대 북한 여성 노동자 A씨가 일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코로나 전 이 공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수는 300여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00여 명으로 그 수가 ⅓ 정도 줄어든 상태다. 지난 2022년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과 육로 통행이 재개된 이후로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 중국으로 새롭게 파견되는 노동자 수는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남은 북한 노동자들은 귀국한 동료들의 일까지 떠안았다. 노동의 강도는 더 강해졌고,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일감이 늘었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돈이 많아진 것도 아니다.
A씨는 “고향에서 장사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루 종일 재봉틀을 돌리는데도 월급은 오르지 않고, 휴식 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데다 식사의 질은 갈수록 형편없어져 더는 견디기 힘들다는 토로였다.
물론 중국으로 파견되는 신규 노동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중국 외곽지역의 수산물 공장이나 의류공장 등에 자국 노동자를 소규모 단위로 파견하고 있다. 해외 노동자 파견이 이전보다 훨씬 더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북한 노동자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공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 공장 분위기는 좋지 못하다. 새로 나오는 사람들은 없고 들어가는 사람들만 있는 데다 곧 또다시 귀국 지시가 떨어질 거라고 하니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다들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중국에 나올 때는 돈을 많이 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나왔지만, 실제로 나와보니 하루 종일 일을 하는데 남는 돈이 별로 없다. 한 달에 2700위안을 버는데 당 자금으로 절반, 식사비로 300위안, 비누나 샴푸 같은 소비품(생활필수품) 비용 200위안을 떼면 남는 게 800위안이 전부다. 여기에 여맹비까지 내면 정말 남는 돈이 별로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해도 800위안도 못 버니 차라리 고향에서 장사를 하는 게 낫지 않겠나. 5년 넘게 기계처럼 일하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나 말고도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약값도 없고 죽을병이 아니면 병원에도 갈 수 없다.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일만하고 산다는 게 서글프고 힘들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
–식사비로 300위안을 뗀다고 했는데, 제공되는 식사의 질은 괜찮은가?
“사람이 많을 때에 비하면 훨씬 안 좋다. 일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돼지를 잡아서 돼지고기를 먹었고, 오리고기도 수시로 나왔는데 사람이 없으니 반찬이 형편없다. 흰 밥에 배추 넣은 된장국과 김치가 전부인 날도 많다. 식생활이 형편없어 일하는 게 더 힘들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매달 식사비로 300위안은 꼭 떼간다. 그러니 불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져가는 돈은 적은데 일은 많다는 것이다. 또 몸이 아파도 쉴 수 없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 일하는 만큼 돈을 벌어가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상총화가 너무 많다. 수시로 진행되는 사상총화 또한 피곤한 일이다. 예전에는 귀국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귀국 후에 사상총화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남은 사람들이 모두 귀국 대상이라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사상총화를 한다. 얼마 전에는 ‘조국(북한)으로 돌아가면 중국에서 보고 들은 일을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중국은 특색 있는 사회주의 사회이긴 하지만 우리식 사회주의가 더 우월하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고서도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면 지금 가장 바라는 게 귀국인가? 혹시 또 다른 새해 소망이 있다면.
“곧 귀국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몇 년째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들다.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보고 싶다. 세 살 때 떼어 놓고 나온 아이가 보고 싶어서 매일 눈물로 지낸다. 결혼 안 한 사람들은 대부분 귀국했고,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고향에 아이를 떼어 놓고 온 여자들이다. 아이가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보내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귀국이 더 늦어지고 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이런 고달픈 생활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큰 소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