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격대로 나가야? 기업소 차출 압박 거세지자 노동자들 한숨

"나그네 신세"라며 한탄…지방 발전 정책에 따라 돌격대 동원 점차 상시화되는 것에 좌절감 토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2월 3일 농촌살림집건설의 일환으로 ‘선경마을’을 건설한 금야군건설여단을 조명하면서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을 위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애국심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방에 공업시설과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양강도 주민들은 올해 들어 다시 시작된 건설 현장 돌격대 선발에 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혜산시 강구동 일대 농촌 살림집 건설과 삼지연시 국가 중점 건설이 동시에 진행되며 김형직군의 도내 공장·기업소들에서 돌격대 차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김형직군의 종이공장, 건재공장, 일용품공장 등에서도 돌격대 명단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과거 황해도 물길 공사에 돌격대로 투입돼 갖은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또다시 돌격대로 나가게 될 처지에 놓이자 “그야말로 나그네 신세”라는 한탄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돌격대 차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체념하면서도 “어차피 나가야 할 거라면 조금 더 노동 여건이나 환경이 나은 곳에 나가는 게 낫지 않느냐”며 투입될 건설 현장들을 비교 평가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혜산시 강구동 일대 농촌 살림집 건설장은 자재 부족으로 작업 진척이 더뎌 난방도 되지 않는 임시 휴게실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낭비하며 추위를 견뎌야 하는 날이 많으며,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는 소문이 파다해 모두가 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반면 삼지연 건설장은 보급이나 생활 조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건설 사업이라 그나마 낫다’는 말이 돌고 있어 농촌 살림집 건설장보다 삼지연 건설장에 돌격대로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한편에서는 돌격대 동원을 피하기 위한 뇌물 사업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김형직군 종이공장에서는 한 작업반장이 돌격대 명단에서 빠지려면 200~300위안을 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며 “예전에는 100위안이면 가능했는데 요즘은 액수가 두세 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명단 발표 전에 직장장이나 부문당 비서에게 400위안 정도를 건네고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이렇게 ‘사업’할 돈이 없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돌격대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국가가 내세우고 있는 지방 발전 정책에 따라 돌격대 동원이 점차 상시화되고 있다는 점에 허탈감과 좌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예전(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국가가 밀어붙이는 특정 사업에만 크게 동원됐는데, 요즘은 매년, 많게는 한 해에 두세 번도 동원되는 실정”이라며 “돌격대 차출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돌격대 동원은 가정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소식통은 “그냥 직장에 다니면서 출퇴근하면 아내가 장사 나갈 때 짐이라도 날라줄 수 있겠으나 돌격대에 나가면 아예 돕지를 못한다”며 “공장에 있든 돌격대에 있든 생활비가 빠듯한 건 마찬가지라 아내의 장사가 중요한데, 돌격대로 나가면 아내를 도울 수조차 없으니 속상하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에서 화려한 구호를 내세워 지방 발전을 강조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생활은 달라지는 게 없고, 괜히 이로 인한 돌격대 동원만 계속돼 주민들의 삶이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