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터뷰] 北 농촌 주민들 “노력한 만큼 먹고 살았으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12월 14일 영광군 인다농장과 북청군 룡전과수농장에서 새집들이와 결산 분배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새 시대 농촌 혁명 강령’을 들고 나온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농촌 지역에 살림집을 대대적으로 건설했으나 실제 새 살림집에 입주한 주민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사 여건도 일부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적은 분배량과 과도한 동원, 누적된 빚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생활상 나아진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는 좋아 보이는데, 이전보다 더 불편해져

새 살림집에 입주한 평안북도 염주군 농촌 지역의 한 주민 A씨는 “(새집이) 눈에 보이기에는 확실히 좋아 보인다”면서도 “막상 살아보니 예전 집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자재가 부족한 상태에서 인력만 동원해 지은 집이라 습기 차단이나 방풍이 제대로 안 돼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벽이 눅눅해지고 겨울에는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며 생활하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새로 지어진 살림집의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새 살림집에는 풀과 짚, 땔감 등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둘 공간도 부족하고, 집짐승을 키울 공간도 여의찮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들이 밀집되고 담장 높이도 낮아져 사생활이 고스란히 이웃에게 노출되는 점도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가뜩이나 이것저것 단속되고 통제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인데, 새 살림집에 입사하면서는 감시 환경이 더욱 강화돼 이전보다 더 불편해졌다는 느낌이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 주거 환경을 개선했던 주민들이 당의 결정에 따라 강제로 살던 집에서 퇴거 조치되고, 집은 그대로 철거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살던 좋은 집을 내놓고 불만을 드러낼 수도 없이 ‘고맙습니다’ 하면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당에 감사함을 표하는 분위기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보기에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농사 여건은 좀 나아졌으나 분배에는 큰 변화 없어

황해남도 재령군의 농장원 B씨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농사 여건은 조금 나아졌지만 결국 본질은 그대로”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료도 조금 더 나왔고, 농기계도 그럭저럭 돌아갔고, 전기 공급도 조금 잘 된 느낌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지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B씨는 분배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명절 계기에 받은 곡식까지 모두 합쳐도 받아야 할 분배 몫의 5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B씨는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받은 편”이라며 “문제는 이렇게 받은 것마저도 각종 개인 부담으로 상황에 따라 더 걷어가 더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각종 동원을 지적했다. ‘인민 생활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1년 내내 계속되는 무보수 노력 동원이 하루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B씨는 지난 2022년 농업근로자동맹 제9차 대회를 계기로 누적된 빚 문제도 토로했다. 당시 실적을 만들기 위해 개인 빚까지 져가며 곡식을 내놨는데, 지금까지도 이를 갚지 못하고 이자만 계속 불어나 현재 13톤에 달하는 빚을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그 대회(농근맹 9차 대회)를 ‘빚의 대잔치’라고 말한다”며 “성과를 위해 아래에서 빚을 져야 하는 구조가 계속 돌고 돈다”고 말했다.

2026년 새해 소망은…“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길

혹독한 생활 환경과 갖가지 어려움에 놓인 농촌의 주민들이 2026년 새해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A씨는 “질 낮은 집을 공짜로 주는 것보다 노력한 만큼 벌어서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짓고 고쳐가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는 “보여주기식 성과만 늘어놓지 말고, 선전의 단 10분의 1만이라도 현실이 되면 좋겠다”며 “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