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년들의 유일한 즐길 거리 ‘주패놀이’ 단속에 불만 ↑

한 집에 모여 카드 치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인데 ‘사회질서 해치는 풍기문란 행위’라며 문제시

/이미지=구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최근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청년들이 한 집에 모여 한 끼 식사비 정도를 걸고 주패(카드)놀이를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이를 사회주의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규정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저녁 무산군 남산노동자구에서 무산광산 노동자로 있는 청년들이 한 집에 모여 가볍게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순찰 중이던 지역 안전원이 이를 발견하고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이 안전원은 “때가 어느 때인데 도박질을 하느냐”며 청년들을 몰아세우고, 현장 주변에 널려 있던 술병까지 걸고 들어 “무산광산 당위원회에 알리겠다”며 윽박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곧바로 주민 사회에 퍼졌는데, 주민들 특히 청년들 속에서는 “한 끼 식사비 정도 걸고 노는 것도 죄가 되느냐”라는 불만 섞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런 반응이 나온 근본 원인으로 지방의 여가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평양과 달리 지방에는 청년들이 여가 시간을 보낼 문화오락시설이나 공간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여럿이 한데 모여 카드놀이를 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은 단속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모바일이나 컴퓨터 게임은 기기를 소지한 경우에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지방의 청년들이 여가 시간에 즐길 거리는 카드놀이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러나 당국은 이를 ‘사회주의 질서를 해치는 풍기문란 행위’로 보고 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히나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하는 것은 도박 행위로 간주해 더욱 엄격히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23년 개정 북한 형법 제297조(도박죄)는 “돈 또는 물건을 대고 도박을 한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도박 행위가 엄중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당국이 내년에 있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혁명 임무 수행을 강조하며 전 사회적으로 긴장된 태세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이 같은 행위는 더 크게 문제시되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당과 청년동맹이 연말 5개년 계획 결속과 9차 당대회 준비를 위한 총돌격전을 주문하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런 속에서 청년들은 한데 모여 술을 마시고 돈을 걸고 주패놀이를 하니 강하게 단속해야 할 대상, 행동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들은 “평양은 놀이공원도 있고 문화오락시설도 많은데 지방은 아무것도 없어 주패놀이라도 해야 한다”라는 등 부족한 여가 인프라를 언급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민들 사이에서는 “잠깐 모여 노는 것 정도도 문제 삼고 막으면 젊은이들이 더 엇나가게 된다”며 과도한 단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