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유훈 깬 ‘통일 지우기’에 혼란 여전…여맹원들 노골적 불만도

北 '두 국가론' 강연에 "언제는 통일이 반드시 이룰 과제라더니"…일부는 남북 체제 비교해 독재 비꼬아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북한 국가 기관들에 새로 배포된 지도. 기존과 달리 북한만 그려져 있는 반쪽 지도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의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이하 여맹) 조직이 “조선(북한)은 분단국이 아니라 완전한 독립국가이며, 통일은 더 이상 시대적 과제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 당국의 ‘통일 지우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맹원들 속에서는 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사리원시의 한 여맹 조직은 “우리 공화국은 분단국이 아니라 완전한 독립국가다”, “우리와 한국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이며,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강연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강연회에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일부 여맹원들 속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한 여맹원은 “통일이 선대 수령님들의 유훈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갑자기 통일이 필요 없다는 게 무슨 말이냐”라며 현재 당국의 통일 지우기 정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 다른 여맹원은 “통일이 되면 먹고사는 것은 걱정 없지 않겠냐”라며 자신의 바람을 은근슬쩍 드러내기도 하고, 어떤 여맹원은 “통일이 돼야 강국이 되지, 우리가 말하는 사회주의 문명 강국은 지금 이 땅에선 실현되지 않을 구호”라며 당국의 선전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처음 꺼내 들고 그로부터 현재까지 2년 가까이 민족·통일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 내에는 이를 수긍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소식통은 “통일을 선대 지도자들의 유훈으로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고 하다가 갑자기 한국이 같은 민족이 아니고 통일의 대상도 아니라고 하니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무조건적인 사상 교양이나 강연이 주민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며 “강연 내용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여맹원들은 이번 강연이 끝나고 “아랫동네(한국)는 대통령이 5년에 한 번씩 바뀌고 대통령도 잘못하면 감옥을 간다는데, 우리는 수령을 위해 한목숨 바칠 투사들만 있으니 영원히 (최고지도자를) 하기가 헐하지(쉽지)”라는 등 남북의 정치 체제를 비교해 북한의 독재체제를 비꼬는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요즘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접하는 외부 소식이나 정보에 더 관심을 갖고 외부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들의 체제를 비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