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노인건강원’ 본보기 삼아 전국 확대 지시…지방은 ‘난감’

노인복지시설 확대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지방의 현실은 여의찮아…주민들 "평양이나 할 수 있는 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11월 16일 화성거리에 새로 생긴 노인건강원 방문기를 싣고 “인생의 황혼기에도 활기와 정력에 넘치는 노인들의 목소리에서 고마운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다시금 깊이 느낄 수 있었다”라고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 화성구역에 최근 문을 연 ‘화성4노인건강원’을 본보기로 삼아 전국적으로 노인복지시설을 확대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각 도당에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24일 “평양 화성지구 3단계구역에 문을 연 화성4노인건강원을 모범사례로 삼아 전국의 각 도·시·군에 노인건강원을 확대 설치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지난 16일 도당위원회에 내려왔다”며 “이 지시는 곧바로 시·군들에 전달됐는데, 현지 일꾼들 속에서는 뜻은 좋으나 현실이 따라서지 못하는 지시라며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당은 노인복지시설인 노인건강원을 세우라는 중앙의 방침을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 구호의 실천이라 강조하면서 ‘어른 공경 운동’을 내세워 노인건강원 설립에 당장 불을 붙였다.

현재 평안남도 내 시·군 인민위원회들에는 ▲노인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지역 단위로 노인 후원사업 조직 ▲연로자 공경 분위기 조성 등 세 가지 과제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평성·안주·순천시 등에서는 각 동(洞)마다 ‘노인건강지원소’를 만들어 물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각지에서 노인건강원 확대 설립 지시에 따른 여러 가지 준비 및 연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현지 간부들과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대체로 뜻은 좋으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지시라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성시의 한 (행정) 일꾼은 지금도 노인건강원과 비슷한 양로원이 있지만, 노인들이 먹을 간단한 영양식조차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지원이라고 들어오는 물자는 비누나 치약 같은 몇 가지에 그치는데 이런 실정에서 노인건강원을 만든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난감해 했다”고 전했다.

주민들 역시 “정신은 옳으나 물질적인 토대가 미비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 마무리도 못 하고 고생하고 있는데 또 새로운 사업이냐”, “결국에는 인민들이 그 부담을 다 떠안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텔레비전으로 보니 평양 화성지구에 들어선 노인건강원은 깨끗하고 좋던데, 이건 평양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우리 지방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건에서 어떻게 운영하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평양에서처럼 노인건강원을 번듯하게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당에서는 계속 노인들을 공경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아들딸들이 먹을 게 없어서 집을 나가고 노인들이 시장에 나와 장사하는 상황인데 무슨 공경이겠는가”라며 “나라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