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입은 러시아 파병 군인들, 군 의료시설에서 비밀리 요양 중

일부는 ‘훈련 중 사고자’로 행정 처리돼…군 사기와 주민 여론 의식한 부상자 규모 축소 의도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위장크림에 길리슈트를 입은 ‘저격수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러시아 파병 군인 부상자들을 별도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평양 외곽과 평성(평안남도), 강계(자강도), 원산(강원도) 등 군(軍) 산하 의료시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일부는 장기 요양 중이라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 왔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27일 “로씨야(러시아) 전선에 투입됐다가 다친 병사들이 여러 지역 요양소에서 분산돼 치료받고 있다”면서 “평양 외곽 군 의료구역, 평성·강계의 후방병원, 원산 인근의 후송요양소 등이 주요 관리 거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전상자’(戰傷者) 대우를 받는데, 일부는 ‘훈련 중 사고자’로 행정 처리됐다고 한다. 전쟁 참전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부상자 규모 또한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 군 내부 사기와 주민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부상자들을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관리하는 분위기다. ‘전쟁 영웅’으로 대대적으로 띄우지 않고 조용히 관리하는 것 역시 체제 안정과 보안 유지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생활 보장은 강화됐지만 신변 보호 차원에서 낮은 자세로 관리하고 있다”며 “동료들도 이들을 존경하면서도 ‘위험한 증인’으로 여기며 일부러 찾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부상자들은 요양 중에도 사상학습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며, 비밀 유지 서약을 해 외부에 부상 이유나 작전 내용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통제되고 있다.

소식통은 “무엇보다 비밀 유지 명령이 걸려 있어 회복 이후 배치 문제를 놓고 상부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총정치국과 작전국, 군의국 등은 11월 중순까지 부상에서 회복한 병사들의 재배치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은 공적이 있는 일부 전상자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이나 군사·정치·보위대학 교관, 대대급 지휘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쟁 경험을 가진 병사들이 훈련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실전 감각을 전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실제 전투 경험이 없는 장교들이 이들로부터 훈련 지도를 받는 체계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강조해 온 ‘실전형 훈련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당국은 이들을 ‘국제전 참전세대’로 부각해 군의 사기를 높이고, ‘군사강국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로씨야(러시아)와의 협력은 단순히 무기나 장비를 주고받는 차원이 아니라, 전투 경험을 통해 군의 실전 능력을 높이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이번 부상병 관리와 재배치 역시 그 연장선으로,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군 교범과 훈련 체계에 반영해 지휘·훈련의 실전화와 전투 교리의 정교화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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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