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법 개정해 위법행위 ‘처리’ 권한까지 부여…처벌 내용도 확대

"세관원의 재량권 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신소 조항도 아예 없애 이의 제기할 여지 완전 차단

2024년 5월 개정된 북한 세관법 일부. /사진=데일리NK

데일리NK가 지난 5월 개정된 북한 세관법 전문을 입수했다.

개정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세관의 역할과 기능을 ‘감독·통제·단속·조사’에 더해 ‘처리’까지 확대한 것이다.

개정법 제3조(세관의 지위 및 설치)는 “세관은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물자(국제우편물, 휴대품 포함)와 운수수단에 대한 통관 수속과 세관검사, 감독 통제를 진행하며 관세를 부과하고 위법행위를 단속, 조사, 처리하는 기관”이라고 명시했다. 이전법과 비교하면 ‘처리’ 권한이 새롭게 부여됐다.

개정법 제8조(세관의 권한) 3항에도 “세관검사와 감독과정에 나타난 위법행위를 단속, 처리하고 그에 대한 시정책을 요구하며 위법행위의 엄중성 정도에 따르는 처벌을 적용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위법행위를 단속처리하며 그에 대한 시정대책을 요구한다”라고만 간략히 표현됐던 이전법 조항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황현욱 데일리NK AND센터 선임연구원은 “세관이 단순 감독기관을 넘어 위법행위를 직접 조사·처리하는 기관으로 확대된 것은 국경 물류를 중앙에서 직접 장악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황 선임연구원은 “문제는 기관 권한의 강화가 곧 현장 세관원의 재량권 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이는 부패와 권력 남용을 심화시키고 주민과 무역 종사자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가 하면 개정된 법에서는 벌금, 몰수, 경고, 노동교양, 해임, 형사책임 등의 ‘법적책임’을 따로 분류한 제6장이 새로 생겨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법에는 제5장 ‘세관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에 법적책임에 대한 부분이 포함돼 있었으나 개정법에는 이를 따로 빼서 정리한 것이다.

특히 이전법에 있던 신소 조항(제88조)이 완전히 삭제돼 눈길을 끌었다.

이전법 제88조는 “세관사업과 관련해 의견이 있을 경우에는 중앙세관지도기관 또는 해당 기관에 신소할 수 있다”며 “신소는 접수한 날부터 30일 안에 료해(파악)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세관의 조치에 이의가 있는 경우 진정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 일종의 구제 장치였다. 그러나 개정법은 이러한 신소 조항을 아예 없애 이의를 제기할 여지를 주지 않고 세관의 조치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또한 처벌 내용도 대폭 강화됐다.

이전법에는 벌금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3개밖에 없었는데, 개정법에는 총 11개로 3배 이상 늘었다. 또 부과되는 벌금도 경우별로 다르게 책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아울러 이전법에는 제86조에 ▲경고 ▲엄중경고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강직 ▲해임 ▲철직에 해당하는 처벌 규정을 한꺼번에 담았다면, 개정법에는 제83조(경고, 엄중경고처벌), 제84조(무보수노동, 노동교양처벌), 제85조(강직, 해임, 철직처벌) 등 3개 조로 나눠 각각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를 더욱 세밀화·구체화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처벌 강화는 외화와 물류 흐름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이로 인해 접경지역 거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에게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장마당 물가 불안과 공급망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개정 세관법은 시장 기반의 생계 구조를 위축시키고, 국가가 주민 경제활동을 다시 국가 주도의 통제 영향권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세관법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