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위성, 주북 中 대사 노동신문 기고 후 내부 동향 파악

간부들은 체제 버팀목 확보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주민들은 생활 개선에 대한 기대감 내비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5월 9일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3월 부임한 왕야쥔 주북한 중국대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양측이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협조관계를 더 승화발전시켜 나가려는 확고부동한 입장을 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가보위성이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북한 당 창건 80주년 기념 노동신문 기고문과 관련해 내부 여론 동향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관계의 상징적 메시지가 담긴 왕 대사의 기고문에 대한 간부·주민들의 반응을 면밀히 추적해 내부 사상 기류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국가보위성이 지난 8일 오후 5시 각 도·시·군 보위기관에 유선 지시를 내려 이번 왕아군(왕야쥔) 주조(주북) 중국대사의 노동신문 기고글에 대한 간부 및 주민 동향을 신속히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며 “국가보위성은 이를 10일까지 진행한 당 창건 80돌 관련 긴급 사상·동향 장악 사업 보고서에 포함해 당에 신속히 보고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간부들이 이번 왕 대사의 기고를 ‘중국의 전략적 신뢰 재확인’이자 ‘체제 버팀목 확보’로 받아들이며 중국이 북한을 여전히 중요한 동반자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일반 주민들은 이를 ‘생활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받아들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제 보고서에는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 “신문에 중국대사의 글이 실렸다지만 결국 장사와 물자 유통이 풀려야 체감이 된다. 중국과 친하면 물건이 좀 들어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평안남도에서 “장사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면 외교든 뭐든 다 환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대사의 글 하나가 간부들에겐 국가체제 자신감으로, 주민들에겐 장사와 물자 흐름의 안정적 신호로 여겨진 것”이라며 “특히 평양시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를 중국의 공개적 지지로 체제의 안정성이 보증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왕 대사의 기고는 간부들에게 “중국이 여전히 우리를 지지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간부들은 이에 “조중관계는 우리(북한)의 생존전략 핵심축”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8일 저녁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장악한 동향이 이러한 만큼 당에서도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결과나 성과로 이어지게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8일자 6면에 ‘전통적인 친선을 계속 이어나가며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창조하자’라는 제목의 왕 대사 기고문을 게재했다. 해당 기고문은 북중 간 굳건한 연대를 과시하고 최고지도자들의 전략적 소통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고에서 왕 대사는 “역사와 현실은 전통적인 중조 친선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의 시련을 이겨내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굳건해졌으며 절대로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전략적 인도가 있고 중조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노력이 있기에 중조관계는 반드시 보다 휘황찬란한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주북 중국대사가 북한의 최대 정치적 기념일인 당 창건일에 맞춰 노동신문에 직접 기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2021년 6월 리진쥔 당시 대사가 시 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해 기고한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이번 기고는 북한이 중국·러시아 중심의 외교 전선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북중 간 전통적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고 협력을 심화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조중 친선 협조 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드팀없는 입장”이라면서 북중관계 발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