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탈북민 가족 옥죄는 보위부…가짜 브로커까지 동원

송금 브로커로 위장한 정보원 통해 신고 이행 여부 확인…속아 넘어간 가족들은 보위부 불려 다녀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보위원들이 위장 송금 브로커를 탈북민 가족의 집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탈북민 가족들의 신고 이행 여부를 시험하기 위한 일종의 ‘떠보기’ 수법으로, 이에 일부 가족들이 걸려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에서 보위원들이 정보원들을 송금 브로커로 꾸며 탈북민 가족들의 집에 보내고 있다”면서 “가짜 송금 브로커들이 돈은 건네지 않은 채 가족의 사진만 찍어가려 하는 것에 일부 가족은 의심을 품고 내쫓았으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신고도 하지 않은 가족들은 매일 보위부에 불려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실례로 지난달 중순 청진시의 한 탈북민 가족의 집에 송금 브로커로 위장한 A씨가 찾아왔다. A씨는 탈북한 가족의 이름을 대며 “그가 사진을 찍어와야 돈을 보내겠다 해서 왔다”면서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가족은 지금까지의 방식과 다른 점에 수상함을 느껴 “우리는 그런 돈 안 받는다”며 A씨를 내쫓았다. 그리고 담당 보위원에게 A씨가 찾아온 사실과 어떤 요구를 했는지 등을 상세히 알려 화를 면했다.

소식통은 “진짜 송금 브로커들은 반드시 돈을 전달한 뒤 그 사실을 증명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가는데 가짜 송금 브로커들은 돈은 주지 않고 사진만 찍으려 해 일부 가족들이 의심을 품게 됐고, 후에 이것이 보위부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집에 찾아온 송금 브로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눈에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탈북민 가족들은 조금이라도 수상한 데가 있으면 돈을 안 받는다고 하면서 보위원에게 신고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가 갈수록 강화되고, 보위원들이 반복적으로 찾아와 송금 브로커 신고를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탈북민 가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고 대신 침묵을 택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위원들은 탈북민 가족들의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원을 내세운 가짜 송금 브로커 위장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탈북민 가족들은 “탈북민들 가운데 돈을 주지 않고도 송금했다고 속이는 브로커들이 많다는 소문이 돌아 가족사진을 확인하기 전에는 돈을 보내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왔다”는 가짜 송금 브로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사진 촬영에도 응하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보위부에 소환돼 그들이 만났던 사람이 송금 브로커로 위장한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식통은 “요즘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추석을 앞두고 탈북민들이 가족에게 돈을 보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신고가 거의 없어 보위원들이 직접 떠보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북민 가족들이 감시를 이겨내면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건 그나마 해외에 있는 탈북민들이 보내는 돈 덕분”이라며 “그런데 보위원들은 이를 이용해 송금 브로커 체포와 회수한 돈을 사적으로 챙기려는 데 혈안이 돼 있어 탈북민 가족들이 돈을 받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진짜 송금 브로커들은 자칫 보위부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활동을 자제하거나 극도로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