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 급등에 상인들 생계도 ‘휘청’…“점심도 못 사먹어”

[인터뷰] 벌이 안돼 한숨 짓는 장마당 상인들…"스스로 먹고 사는 주민들을 단속하지만 않았으면"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면서 장마당 상인들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벌이로 근근이 생활하던 상인들은 점심 한 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30일 “최근 평성시 내 장마당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다”며 “손님이 줄어 벌이가 되지 않다 보니 하루 장사로 점심을 해결하던 상인들이 밥도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일만 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평성시는 북한 도·소매 유통의 중심지로 시장 규모가 크고 유동 인구가 많아 다른 지역 시장보다 상인들의 수입이 많고 주민들도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유통 규모가 축소되면서 평성시 상인들의 생계도 휘청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본보는 평성시의 한 장마당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는 상인 A씨와 잡화류를 취급하는 상인 B씨를 통해 현재 북한 시장 상인들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다음은 두 상인과의 일문일답.

-현재 장마당 상황은 어떠한가. 과거와 비교해서 이야기하면?

A: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다. 벌이가 너무 안되니 장사꾼들 대부분 점심도 사 먹지 못한다. 오히려 밥을 사 먹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예전에는 아무리 못 벌어도 가족들이 하루 먹을 쌀값은 마련할 수 있었고, 평성시 사람들은 웬만하면 흰 쌀밥을 먹었다. 오히려 강냉이(옥수수)밥을 먹는 세대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반대로 흰쌀밥 먹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쌀 장사는 경제가 좋든 나쁘든 누구나 먹는 것이어서 하루도 벌이가 끊긴 적이 없는데 요즘은 많이 사 가는 사람이 500g 정도 사갈 뿐이다. 1kg을 산다고 하면 대부분 외상이다. 결국 1kg 팔아야 남는 게 고작 100원인데, 그걸로 어떻게 살겠나. 게다가 쌀을 사러 오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온통 근심으로 가득하다. 그나마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보다는 사정이 낫지 않겠나 생각하며 위안 삼는다.”

B: “나는 수입 가방을 10년 넘게 도매로 팔아왔다. 주로 국경 지역에서 중국산 가방을 들여와 장마당 소매상에게 넘기거나 매대에 앉아 직접 팔기도 했다. 장사가 잘될 때는 매대에 앉을 시간이 없어 다른 사람을 대신 앉혀 팔게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내가 직접 나가는데, 그래도 밑돈(원금)만 갉아먹고 있다. 내가 이 정도 상황이니 소매로 버는 장사꾼들은 말해 뭐하겠나. 가두여성(가정주부)들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가족을 먹여 살릴 걱정뿐이다.”

-장마당 경기가 이렇게 좋지 않다면 장사 외에 다른 생계 수단은 없나? 

A: “대안이 있으면 왜 걱정하겠나. 다른 수단이 있다면 큰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작은 집이면 더 눅은(저렴한) 창고 같은 집을 사서 웃돈을 남기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마저도 요즘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결국 장마당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앞이 막막할 뿐이다. 늘어나는 건 날치기들뿐이라 잠시라도 방심하면 돈가방을 털리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예전에는 같은 매대 상인들끼리 음식을 나누고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울고 웃었는데, 지금은 그런 여유조차 사라졌다.”

B:  “없다. 요즘은 돈주들과 가까이 지내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돈주들은 경제가 안 좋아도 잘 먹고 잘 입으려고 하니,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 물건 하나라도 더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주들이 많지 않으니 이 또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마약 장사에 손을 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약을 사용하게 되고 점차 중독되면서 결국에는 가족 전체의 삶이 무너지는 길로 빠져들곤 한다. 왜 세상이 이렇게 변해 가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벌이가 안 되는 상황이 길어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라고 할만한 건 있을까? 없다면 국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A: “무대책이다. 언제 우리가 국가의 도움으로 살았는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국가에 손 안 내밀고 스스로 먹고 사는 주민들을 단속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쌀 단속이나 돈데꼬(환전상) 단속만 놓고 봐도 국가가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국가가 단속하면 오히려 가격이 올라 주민들 입에 거미줄만 치게 생겼다. 솔직히 이럴 바엔 차라리 직장에 출근하게 하고 배급이라도 제대로 주면 좋겠다.”

B: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대책이 필요하다. 벌이가 안 돼 제대로 먹이지 못해 영양실조 직전인 아이들이 있다.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밥을 먹고 돌아서도 배가 고플 나이인데 먹을 게 없어 그저 배고픔을 견디고 있다. 공짜가 아니어도 식량을 먼저 나눠주고 나중에 갚는 방식이라도 국가가 식량을 마련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