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형 수업’ 강조하는데 학교에는 기본적인 교육 기자재도 없어

"실천형 인재로 키우라"며 실습 강화하라는데 교육 현장은 여건 갖춰지지 않아 목표와 현실 괴리 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9월 13일 평양 만경대구역 광명고급중학교에서 우수한 교수방법들을 창조하여 전국에 일반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일선 학교들에 “책상머리 공부에서 벗어나 실습 중심의 참여형 수업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내각 교육성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 기자재 부족으로 이 같은 지시를 관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내각 교육성이 이달 초 평양시를 비롯한 각 도(道) 교육국에 ‘학생들을 실천형 인재로 키우라’면서 실습 중심의 참여형 수업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전국의 고급중학교들에는 수업에서 실습은 물론 토론 등 학생들의 참여 과정을 포함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학생들이 듣기만 했으나 지금은 교육 과정이 학생의 참여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며 “수업의 70%를 토론·체험·발표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설명만 듣는 수동적인 학습 방법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능동적인 학습 방법을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학교들에는 학생들이 실습하거나 참여할 수 있을 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화학이나 물리 같은 과학 과목은 실습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데, 이런 과목들조차 실습할 수 있는 교육 기자재가 전혀 지원되지 않아 체험형 학습을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리트머스 종이, 전지 같은 기본 재료와 실험 기구도 없어 수업이 겉돌고, 결국 수업은 교과서에 실린 사진 자료만 보고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수업이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학교 교무처 등에서 참관을 나오면 어쩌다 한번 실습수업을 하기는 하는데, 이럴 때 교원들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교원들은 학생들에게 ‘실험할 때 절대 실수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반복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실천 및 창조형 인재 양성’을 강조하면서 교육 부문에 각 교과과정에서 실험이나 체험 학습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고급중학교와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확대하고 실천형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내세운 교육 정책이 수시로 하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실험이나 실습, 체험 학습 등이 이뤄지려면 교육 자재나 공간 등이 필요한데, 조건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교육 정책의 목표와 실제 교육 현장 간 괴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실험이나 실습을 확대하라는데 빈 실험실에서 무슨 실험을 하겠냐”며 “이런 교육 정책이 오히려 교원과 학생들에게 부담만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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