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비스 불편 직접 제기하세요”…금융 신뢰 회복 나서나

예금 인출 지연, 전자결제 수수료 문제에 따른 불만 확산해 은행·카드 이용률 떨어지자 대응 나서

북한 조선 중앙은행
북한 조선중앙은행. /사진=북한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 조선중앙은행이 각 도(道) 지점 은행들에 ‘금융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 금융 봉사(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조선중앙은행이 지난 20일 전국 도 지점들에 <은행신용을 떨어뜨리는 현상들에 대하여 제기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붙여 직접 문제를 신고·접수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앙은행이 집계한 2025년 상반기 금융통계에서 주민들의 카드 사용 포기와 현금 자가 보관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 것이 이번 지시의 직접적인 계기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은행의 예금 인출 지연과 전자결제 수수료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누적되면서 올해 상반기 예금과 전자결제·카드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평가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은행은 주민들이 금융서비스에서 불편을 겪을 경우 ▲날짜 ▲은행명 ▲지점명 ▲금융봉사소명 ▲금융봉사원 이름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밝혀 전자결제 시스템 내에 의견글을 올리거나 직통 전화번호(01-370-4234, 4484)로 연락해 제기할 것을 안내하도록 했다.

특히 제기 항목에는 ▲봉사성 부족 ▲예금 수납·인출 지연 ▲승인 범위를 넘어선 현금 제한 ▲이자율·봉사료율 왜곡 적용 등이 포함됐다.

소식통은 “금융 봉사에서의 고질적 문제를 국가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예금을 늘리라고 하면서 정작 주민들이 돈을 찾으려 할 때 핑계를 대며 막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모순이 계속되니 주민들은 은행을 신뢰하지 않고 현금을 집에 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은행의 지시가 전국의 각 지점에 내려진 것은 금융 봉사에서 제기되는 주민 불만을 통제하고 은행과 주민 간 금융 신뢰를 높이려는 대응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금융 신뢰가 무너지면 전자결제 확산 정책도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 당국의 ‘금융 신뢰 회복’ 조치는 결국 전자결제 확산 전략과도 연결되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국가가 직통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며 주민들의 불만에 대응하는 것은 금융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본 것”이라면서 “이런 불신을 제도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면 8차 당대회 5년 기간 시범화돼 안착 중인 전자결제 체계 확대 등 금융정책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 아니겠냐”고 했다.

남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금융 정상화를 강조하며 전자결제를 확대하려는 시도 자체는 경제 운영 주체인 국가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며 “현금 위주의 거래는 추적이 어렵고 투자로 이어지기 힘든 반면, 카드 사용과 금융 시스템 활용은 국가가 유통되는 자금을 파악하고 물가나 환율 관리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문제는 정책의 지속성과 은행에 대한 주민 신뢰”라며 “주민들이 맡긴 돈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기본적인 금융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한 어떤 의견글 신고 체계나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더라도 불신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자결제 확대를 통해 외화를 흡수하고 금융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있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금 인출 보장과 합리적인 수수료 운영 같은 기본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며 “선진적 금융 체계를 당장 구축하지 못하더라도 주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점진적 개선이 이뤄질 때만이 금융정책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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