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신고법’ 내세워 주민 상호 감시 주문…법적 구속력 높일 듯

인민반장, 여맹 초급위원장 등 기층조직 간부 대상으로 이례적 법률 해설 교육하고 준법 정신 강조

군중신고법에 관한 준법 해설 자료.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기층조직 간부들을 모아 놓고 ‘군중신고법’을 설명하며 주민 간 감시를 강화하고 신고를 일상화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법률 조항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준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기존 교육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안남도 내 각 시·군 보위부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초급단체 위원장과 인민반장, 지구반장 등 기층조직 간부를 소집해 ‘군중신고법의 요구를 잘 알고 신고 체계를 세우는데 떨쳐나설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준법 해설 자료를 토대로 준법 해설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특이점은 이것이 당의 방침이나 최고지도자의 지시 등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교육이 아니라 실제 법률 조항을 보여주고 이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본보가 입수한 준법 해설 자료에는 ‘국가 최고 지도부의 신변 안전에 위험을 주거나 당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행위, 반국가 및 반민족 범죄를 감행하는 행위 등에 대해 신고해야 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군중신고법 제18조가 그대로 담겨 있다.

북한 당국은 특히 이번 교육에서 국가의 안전과 당의 권리를 훼손하는 행위와 불법 정보 및 영상에 대한 유입·유포·보관·시청 행위는 최우선 신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여맹 초급위원장이나 인민반장 등 기층 조직 간부들에게 법률 조항을 상세히 밝혀 설명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내 일이 아니면 상관없는데 왜 다른 사람까지 감시하고 신고해야 하냐”는 식의 개인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확산하자 관련 법률을 소개하며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준법 해설 모임에 참석한 기층조직 간부들은 “법이 있다고 해도 주민 대부분은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낯선 법률 조항을 들이밀면서 감시와 신고를 지시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새로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적은 주민끼리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인민반장 등 기층조직 간부들을 대상으로 법률 조항을 설명하는 교육이 진행됐다는 소식에 일부 주민들은 “법을 알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룬 법률이 군중신고법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일일이 통제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 당국이 법률 조항을 일반 주민들에게 세세히 알려주면서 준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일반적인 지시만으로는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과거에는 체제 유지 수단이 사상 교양과 정치 선전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법률이라는 형식을 동원해 더 강제력 있는 통제를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내부 불만 누적이나 외부 정보 확산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