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을 맞은 북한 학생들의 외국어 학습 열기가 뜨겁다. 해외 파견 기회를 얻거나 상대적으로 수입이 좋은 무역 또는 관광 분야에 종사하려면 외국어 능력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전언이다.
1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는 청진시, 회령시 등 주요 도시의 학생들 사이에 외국어 배우기 열풍이 심화하면서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나 대학생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외국어를 익히면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청진시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예년보다 2~3배 이상 늘었다. 자식이 해외에 파견돼 다양한 경험을 쌓길 바라는 부모들이 외국어 교육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배우려는 사람보다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 학생들이 교사를 골라 가며 과외를 받았으나 지금은 수요가 워낙 높다 보니 입소문 난 교사나 대학생에게 과외를 받으려면 웃돈까지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일대일 과외도 어려워지면서 학생 3~4명씩 모여 그룹과외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 과외교사에게 두 가지 이상의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는데, 실제 청진시의 한 초급중학교(중학교) 2학년 학생은 한 달에 500위안(한화 약 9만 6000원)을 주고 대학생에게 중국어와 영어를 배우고 있다. 원래는 한 과목당 300위안이지만, 두 과목을 한꺼번에 같이 배우면 100위안을 깎아줘 500위안에 두 가지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올해 여름방학에는 외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늘어 교원들과 대학생들이 쏠쏠하게 부수입을 얻고 있다”며 “단순히 성적을 올리려는 게 아니라 해외 파견 기회를 보고 실제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는 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어 학습 열풍은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올해는 유별나게 영어와 중국어, 그중에서도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여기(혜산)는 중국과 가까워서 해외 파견이나 무역업을 목적으로 중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올해 봄부터 중국 기업이 혜산에 합작 공장을 짓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여기에 중국어 능통자를 우선 채용한다는 얘기도 퍼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자금을 마련해 자녀에게 외국어 과외를 시키려는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북중 합작 공장은 일반적인 북한 공장보다 월급이나 공급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대우가 좋기 때문에 합작 공장 취직을 노리는 이들이 많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처럼 북한의 외국어 학습 열풍은 해외 파견 등 다양한 경험과 더 나은 수입을 얻으려는 욕구 증가가 주요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외국어 학습의 동기가 국가에 대한 헌신이나 충성이 아닌 개인의 윤택한 삶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인재가 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외국어를 배워서 외국 관련 일을 하는 것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밀착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러시아어를 배우려는 수요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