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공장 생산품 구경도 어려워”…’지역 경제 활성화’ 구호 무색

삼지연들쭉음료공장 생산품 대부분은 선물용·수출용…양과 질 모두 주민 필요 충족시키기엔 역부족

북한 양강도에 위치한 삼지연들쭉음료공장.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이 백두산의 특산물인 들쭉을 원료로 각종 가공품을 생산하는 삼지연들쭉음료공장을 지방공업공장의 본보기로 내세우고, 이 공장에서 생산된 들쭉 가공품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가공품을 구경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전해졌다.

1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삼지연들쭉음료공장에서 나오는 들쭉술이나 탄산단물, 단묵 등은 대부분 평양으로 보내지거나 무역회사를 통해 수출된다”며 “현지 주민들이 식료상점에서 이를 직접 구입해 맛보는 일은 드물고 구경조차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재 북한은 낙후된 지방 경제를 살려 수도 평양과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수단이자 방법으로 지역 특산물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각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자원을 활용해 특산물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소득을 창출해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으로, 사실상 지방 경제에 ‘자력갱생’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역 주민들이 삼지연들쭉음료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먹거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평양에 올려지는 선물용이나 해외 수출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더욱이 공장 종업원들이 몰래 제품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파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식료상점에서는 볼 수 없는 들쭉술이 시장에서는 팔리고 있다는 것인데, 북한 돈으로 한 병에 3만 5000원에서 4만 원에 팔리다 보니 주민들은 “그 돈이면 며칠 식량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며 사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말에는 공장의 한 종업원이 생산된 선물용 들쭉술을 시장의 장사꾼에게 넘기려다 적발돼 사상투쟁회의에 회부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공장 생산품을 빼돌리는 것은 엄연한 범죄 행위지만, 다른 종업원들까지 줄줄이 얽힐 수 있는 구조 탓에 사상투쟁회의 무대에서 비판을 받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품질 면에서도 혹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식료상점에 간혹 들어오는 것을 사 먹은 주민들이 있긴 한데, 먹어 본 주민들은 대부분 포장만 번지르르할 뿐 맛은 한심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양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실태는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공장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이 외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구호는 주민 생활 개선이 아닌 체제 선전용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