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소학교(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정식 교과로 가르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어를 배워서 어디에 쓰냐”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어를 배워도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없는 현실과 교육의 괴리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정주시 교육부가 지난 7월 말 시내 각 소학교에 2학기부터 1학년 영어 수업을 놀이형 방식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하지만 학부모들은 방식이 아니라 이른 영어교육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의 첫 영어교육 시기를 지난 2018년 소학교 3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겼다. 이는 김정은 정권의 ‘조기 인재 양성’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7세 아이들에게 알파벳과 발음법을 외우게 하고 심지어 쓰는 훈련까지 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 같은 우려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우리글도 제대로 못 쓰는 애가 영어 글자를 그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여기(북한)서 영어를 배워도 제대로 써먹을 데도 없는데 억지로 시키는 셈이다”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의 발음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학부모들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소식통은 “아버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 ‘father’ 발음을 ‘파더’[‘fɑːðə]로 배운 아이들과 ‘파덜’[ˈfɑːðər]로 배운 아이들이 서로 자기가 맞다고 다투는 일이 있었다”며 “이는 담임교원들의 발음이 다 다른 데다 발음법을 제대로 짚어주지도 않은 것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주시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불만 여론을 고려해서인지 소학교 1학년 영어 과목에 퍼즐이나 카드, 동요 등을 활용한 놀이형 교수법을 시범 도입하고, 단순 암기형 학습이나 필기 훈련 위주의 교육은 최대한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또 영어 발음에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교원 재교육을 주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놀이형 교수법이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을 다시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조기 영어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영어를 배우고도 쓸 일이 없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대학에 가서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일부 성분 좋은 이들을 제외하면 일반 주민들은 영어를 쓸 일이 전혀 없어, 여기서는 ‘영어는 배워도 평생 쓸 데가 없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외국어로 된 책을 읽어야 할 때나 외국인을 만나 대화할 때 영어를 쓸 텐데, 평범한 주민들은 그럴 만한 일이 전혀 없어 “쓸모도 없는 영어를 왜 이렇게 일찍부터 가르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소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조기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적 방침과 구호에만 발맞춘 형식주의적인 교육 행정 행태라는 게 대체적인 주민들의 평가다.
한편, 북한과 달리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정규 교육 과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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