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서 변변한 농기계도 없이 맨손으로 김매는 北 주민들

트랙터 있어도 유류 부족해 가동 못하고 소도 못 먹어 거품 물고 쓰러져…맞은편 중국 보며 신세 한탄

북한 강원도 법동군의 한 농장 밭. 농장원들이 김매기를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농촌 지역 주민들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도 농사일에 나서고 있다. 농기계도 없이 맨손으로 하루 종일 김매기를 하는 주민들 속에서는 “우리가 중국 소보다 못하다”는 신세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김매기 총동원령이 내려지면서 기관·기업소는 물론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과 학생들까지 혜산시와 김정숙군, 김형직군 등 국경 지역 일대 농촌 김매기에 대거 동원되고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농기계도 없이 농사일을 모두 손으로 일일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밭에는 기계도 소도 없고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뜨거운 태양볕 아래서 온종일 땀에 흠뻑 젖은 채 김매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농업 기계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여전히 북한 농촌에서는 ‘인력 중심 농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농장들에는 작업반마다 트랙터가 한두 대씩 배치돼 있긴 하지만, 유류 부족으로 대부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뜨락또르(트랙터)는 그저 세워만 놓고 있다”며 “소가 있어도 소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힘을 쓰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김매기 전투에 동원된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청년들은 참혹한 북한 농촌의 현실을 절감하고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매기에 동원된 한 대학생은 “여윈 소가 일을 하다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농장원이 소 등을 때리며 욕을 퍼붓는 모습을 봤다. 안타까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농장원들은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농사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에 하루씩은 쉬게 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농사일이 너무 많고, 지원 나온 이들까지 챙기려다 보면 사실상 쉴 수가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김매기 전투에 동원된 이들에게 사탕이라도 챙겨줘야 하는데, 농장에서는 이런 것조차 농장원이 받는 분배 몫으로 모두 충당하기 때문에 농장원들의 부담이 커진다”며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려면 농장에서 일하면서 짬을 내 개인 뙈기밭(소토지)을 가꿔야 해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농장원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상황을 한탄하며 중국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국경 지역은 중국 쪽이 쉽게 보여서 자연스럽게 중국과 우리 현실을 비교하게 된다”며 “중국은 논밭에 기계만 돌아다니고 사람은 안 보이는데 우리는 기계 하나 없이 사람이 호미로만 일을 하니 농장원들은 ‘우리가 중국 소보다 못하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에서는 연일 농촌의 현대화를 강조하는데, 어림도 없다”며 “너무 열악한 현실에 주민들의 절망감만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에 동원돼 현실을 직접 체감한 이들도 절망감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대학생은 “농장원들은 매일 중국 쪽을 보다 보니 무감각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에 직접 마주하고 정말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농촌의 모습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도 “40~50대 농장원들이 뼈만 앙상한 몸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안쓰럽기만 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