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저고리로 가정 형편 가늠…7·27 청년 무도회 열등감 유발

청년들 복장이 집안 경제 형편으로 연결돼 위화감 조성…"무도회는 내 처지 확인하는 고통의 시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조국해방전쟁(6·25전쟁)승리 72주년을 경축하는 평양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26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의 날’로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 72주년 기념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청년 무도회가 열린 가운데, 무도회의 참가한 여성 청년들의 복장에서 경제적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 “이런 행사조차 열등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청진시에서 청년 무도회가 열렸다”며 “그런데 이런 행사에 청년들이 입고 나온 치마저고리(한복)이 집안의 경제 형편으로 연결되면서 위화감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청년 무도회는 전승절, 청년절(8월 28일) 등 주요 기념일이나 국가 명절 계기에 개최된다. 여기에 참석하는 이들 특히 여성 참가자들에게는 전통 의상인 한복 착용이 권고되는데, 올해 전승절에도 예외 없이 열린 청년 무도회에 여성 참가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복을 갖춰 입고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느 새부터인가 이런 행사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입고 나오는 한복이 집안 형편이나 경제적 사정을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다 보니 이에 불편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형태나 재질 면에서 추세에 떨어진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 참가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낀다”면서 “이에 일부는 체면을 위해 이웃이나 친척들에게서 빌려 입기도 하는데 그것마저 여의찮은 청년들은 흰색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로 된 복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크게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성 참가자들은 흰색이나 푸른색 계열의 셔츠에 검정색과 같이 진한 색상의 바지만 갖춰 입으면 돼 다림질만 잘 돼 있으면 고가의 옷인지 저가의 옷인지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여성 참가자들이 입는 한복은 색상, 원단, 디자인, 장식 등 외형적인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한눈에 누가 비싼 옷을 입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무도회에 참석한 여성 청년들이 착용한 한복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우선 첫 번째는 최근 장마당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고급형’ 한복이다. 깃 부분의 넓은 동정이 특징인 디자인에 세련된 색상, 고급 원단으로 된 최신 유행 한복으로, 주로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청년들이 착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미 철 지난 디자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단으로 된 ‘중간형’ 한복으로, 이런 한복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굶는 지경도 아닌 가정의 청년들이 입고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공식 행사나 단체행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로 된 가장 저렴한 ‘기본형’ 한복으로, 대부분 끼니 해결도 어려울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청년들이 착용했다.

비율로 따지면 10명 중 2~3명은 고급형, 4~5명은 중간형, 나머지 2~3명은 기본형 한복을 입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옷차림만 봐도 누가 잘사는 집 자식이고 누가 형편이 어려운 집 자식인지 금세 구분됐다”며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자식들은 원래도 일상에서 위축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공식 행사에서조차 경제적 격차가 그대로 드러나니 열등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이번 무도회에 참가한 청진시의 20대 여성 청년 A씨는 “변변한 치마저고리가 없으면 정말 참가하기가 싫은데 불참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창피함을 꾹 참고 혀를 깨무는 심정으로 행사에 참가했다”며 “나만 낡은 옷을 입은 것 같아 머리를 들기도 어렵고 짝을 이룬 상대를 마주 보는 것도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도회는 겉으로는 웃으며 즐겁게 춤을 추는 자리지만, 실상은 내 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시간일 뿐”이라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