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훈련 중에도 병사 내보내 돈·물건 가져오게 한 군관

여단 보위부 기습 검열로 사건 수면 위에…입당 추천 등 정치적 보상 매개로 한 거래 관행 문제시

북한 군인들. /사진=핀터레스트

북한군이 이달 1일부터 정례 하기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평안북도 국경경비대의 한 정치 간부가 돈과 물건을 받아낼 요량으로 훈련 중에 특정 병사를 귀가시킨 사실이 드러나 크게 문제시되고 있다.

1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 31여단 소속 대대의 한 중대 정치지도원이 20대 초반의 이모 병사를 반복적으로 귀가시킨 뒤 현금과 포도주 원액, 생활용품 등을 구해오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여단 보위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안은 하기훈련이 시작된 첫째 주 토요일인 지난 5일 토요행군 도중 실시된 여단 보위부의 기습 검열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검열에서 이 병사가 부재가 확인되면서 그의 부재 사유와 경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여단 보위부는 해당 중대원들을 비상 소집하고 병사들에게 ‘이 병사의 귀가 사유가 무엇인지’, ‘지금껏 이런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등을 물었고, 쪽지 형태로 각자 답변을 제출하게 했다.

또한 여단 보위부는 중대 군관들을 대상으로도 개별 면담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이 병사가 중대 정치지도원의 개별적인 지시에 따른 ‘사적 임무 수행’으로 귀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중대 정치지도원이 이 병사의 집안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상급인 정치부 간부들에게 바쳐야 한다며 이미 여러 차례 이 병사에게 귀가 지시를 해 돈과 물건을 가져오게 했던 것까지 들통나게 됐다.

이 병사는 하기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초에도 귀가했다가 뒤늦게 복귀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대상포진 진단서를 발급받아 대대에 제출하면서 조용히 넘어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단 보위부는 이 병사의 부모가 소속된 기업소 당위원회 및 보위부에도 통보해 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다. 중대 정치지도원이 입당(入黨) 추천과 사회대학 진학을 빌미로 반복적인 물자 지원을 요구하는 등 이 병사의 부모와 일종의 거래 관계를 형성해 왔다는 점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이 병사의 부모는 해당 정치지도원의 요구에 따라 몇 년간 아들을 귀가시켜 주는 대가로 현금과 물건을 제공해 왔음을 시인했고, 여단 보위부는 이 병사의 부재 경위 조사를 시작한 이후 12시간 내에 이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확보하면서 내부 조사를 본격화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여단 보위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 기강 해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보상을 매개로 한 비공식적인 거래 관행이 하기훈련 중에도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여단 보위부는 중대 정치지도원이 병사를 통해 취득한 돈이나 물건을 사실상 자신의 상급자들에게 바치는 뇌물로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뇌물 마련을 위해 병사를 사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부대 기강에도 훈련에도 모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여단 보위부는 다른 중대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전면 점검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