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예군인들, 짐 안 옮겼다고 열차 안 여성 승객 무차별 폭행

막무가내식으로 행동하는 영예군인들에 대한 비난 여론 확산…한편에서는 공감하며 동정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제대 병사를 돕는 주민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사회주의의 참모습”이라고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한 40대 여성이 영예(상이)군인 2명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영예군인들을 향한 비난이 확산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국가로부터 실질적 보상과 대우를 받지 못해 자격지심과 분노로 가득 찬 영예군인들에 대한 동정 여론도 적지 않다.

10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함흥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영예군인 2명이 40대 여성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이를 말리던 다른 남성 승객까지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먼저 열차에 오른 여성이 객실 선반에 짐을 올려놓았는데, 후에 탑승한 영예군인들이 이 짐을 옮겨달라 요구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이 여성이 영예군인들의 말을 무시하고 끝까지 짐을 옮기지 않고 버티자, 이에 격분한 영예군인 중 1명이 짚고 있던 목발을 여성에게 휘두른 것이다.

이어 그와 동행한 다른 영예군인까지 가세했고, 여성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같은 열차 칸에 타고 있던 남성 승객이 영예군인들을 말리려 나섰지만, 영예군인들은 이 남성까지 무차별 폭행했다.

영예군인들은 “우리는 조국을 위해 몸을 바쳤는데 짐 하나 옮기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안 옮겨주냐”며 “너희 자식도 나중에 군대 나가 XX이 돼봐야 한다”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열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다른 승객들이 “사람이 죽어간다”고 소리쳤으나 열차 안전원들은 영예군인들이 연루된 사건이라 괜한 불똥이 튈까 봐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개입하기 꺼리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영예군인들을 ‘혁명적 공로자’로 추켜세우며 예우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영예군인들이 막무가내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잘못을 저질러도 가벼운 형식적 처벌에 그칠 때가 많은데,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만연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영예군인이라고 특세를 부리면서 무례하게 구는 일이 계속되고 있고 이들이 저지르는 폭행, 절도, 사기 등의 범죄 사건이 갈수록 증가하는데도 국가가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영예군인들의 평판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폭행 사건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주민들도 영예군인들의 위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놨다. 주민들은 짐 하나 안 옮겼다고 사람이 죽어갈 정도로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른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영예군인들의 비참한 삶을 생각하면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얼추 이해는 간다며 공감하는 말도 나온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몇몇 주민들은 영예군인이라고 제대로 보상받고 대우받는 것은 아니며 생계난에 허덕이는 이들도 허다하다면서 국가를 위해 한 몸 바쳤다가 다쳤는데 정작 국가가 저들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으니 마음에 분노만 쌓이는 것이라며 영예군인들을 동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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