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집 마약 거래 감시하자 이제는 공개된 장소에서 거래

마주치며 순간 주고받고 곧바로 흩어지는 거래 방식 성행…단속 강화에도 마약 끊이지 않아

북한 마약
북한이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해 주민 선전용으로 제작한 영상.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마약 단속을 강화하면서 마약을 몰래 판매하는 주민과 구매하는 주민이 단속을 피해 가기 위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마약 판매·유통·거래에 대한 단속과 법적 처벌이 크게 강화되면서 함흥시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주로 개인 집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지금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는 식”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동안에는 구매자가 판매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거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서 단속기관이 마약 판매가 이뤄지는 개인 집들을 일일이 파악해 수시로 감시하고 있어 드나들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소식통은 “마약을 몰래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집들은 거의 다 보위·안전기관의 감시망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이런 집들에 드나들면 곧바로 단속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7일 함흥시에서는 50대 주민이 다른 볼일로 마약을 판매하는 개인 집을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안전원들의 불시 검문에 몸과 가방 수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니고 있던 달러 3장이 발각돼 이 주민은 담배 한 보루를 건네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만약 그 주민의 몸에서 빙두(필로폰)가 나왔으면 바로 끌려가고 최소 1500달러(한화 약 204만원)는 써야 풀려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마약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개인 집에서의 거래를 피하고 외부에서 은밀히 접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장마당 주변이나 역전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공개된 장소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마약과 돈을 순식간에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미리 접선 장소나 일시, 접선자들의 인상착의 등을 빠짐없이 공유하면 실제 약속한 때에 접선자들이 서로를 눈치껏 알아채고 마주쳐 지나가면서 재빨리 거래하고 다시 흩어져 버리는 식인데, 단속기관도 이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 최근 이런 방식의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단속의 표적이 되는 판매자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 즉, 단속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제3의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판매자들은 마약을 단위별로 쪼개 팔고 있으며, 이에 구매자들은 개개인의 경제 상황에 맞게 마약을 구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소량으로 마약을 파는 업자들은 0.2g, 0.5g, 1g 단위로 나눠 파는데 소량으로 살수록 단가도 비싸고 양도 제 그램이 안돼 일부 주민들은 끼리끼리 모여 비교적 큰 단위의 마약을 사서 나눠 쓰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이런 방법은 한 사람이 단속에 걸리면 같이 산 다른 사람까지 단속될 위험이 뒤따른다”고 했다.

이밖에 당굮의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서 주민들은 예전처럼 여럿이 함께 모여 마약을 복용·흡입하는 행위를 되도록 피하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국가가 단속을 강화하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단속을 피해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면서 “공개비판 무대에 세우고 교화소에 보내면서 공포심을 심어도 거래는 끊이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은 단속을 피할 더 치밀하고 교묘한 방식을 찾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