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간부차 운전병 선발 ‘며느리 고르듯’…간부 아내들까지 개입

운전 실력은 기본이고 집안 배경에 외모까지 봐…선발 대상인 운전병들도 "장가 가는 기분" 농담

북한 군관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공군 및 반항공군 사령부 산하 운전수(운전병)양성소의 졸업 시즌에 맞춰 군 간부들이 아내들까지 동원해 자신들 쓰는 공무용 차량을 몰 운전병 선발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7일 “공군 및 반항공군 사령부(이하 공군사령부) 간부들이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운전수양성소를 졸업하는 19~20세 남성 하전사들을 가운데 후보를 추린 뒤 아내들에게 문건을 보여주고 일부는 직접 만나보게 하며 ‘며느리 고르듯’ 간부 대기차(관용차) 운전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공군사령부 본부 대열부(인사 담당)에서는 운전수양성소 졸업자 개개인의 이름과 사진, 출신지, 부모 직업, 차량 수리 경험, 운전 실력 평가 등의 정보가 담긴 상세 문건을 개별 간부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일부 간부들은 이 문건을 집에까지 들고 가 아내와 함께 들여다보며 누구를 뽑을지 상의하고, 만족할 만한 대상자를 선발하는 데 입김을 불어 넣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부 아내들은 이 문건을 일종의 ‘물품 목록’처럼 여기고 한명 한명 비교하고 따져가며 “이 아이가 인상이 더 순해 보인다”, “키가 좀 훤칠한 아이면 좋겠다”, “리당비서 아들보다 무역회사 부사장 아들이 낫다”, “평양보다는 함경도나 황해도, 강원도 출신이 낫다“는 등 의견을 내거나 구체적인 선호 사항까지 언급하고 있다.

간부 아내들은 운전 실력은 기본이고 돈 있는 집안의 자식이라는 배경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특별히 자신과 같은 고향 출신을 적극 발탁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비공식적인 사적 개입이 군 내부 규정이나 절차와 전혀 무관하게 간부 관용차 운전병 선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간부 집 운전수 선발에 인맥이나 연줄이 작용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올해처럼 간부들이 대열문건을 집까지 가져가 아내들에게 보여주고 직접 선발에 개입하게 하는 일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간부 관용차 운전병은 단순히 간부 차량을 모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간부 아내들과도 밀착해 장보는 것을 도와주거나 집안 대소사까지 직접 챙기는 만큼 간부 아내들도 운전병 선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의견을 내는 현상이 점점 더 심화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편, 소식통은 “운전수양성소 졸업자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다”며 “그들 스스로도 ‘이제는 운전 실력만으론 부족하다. 키 크고, 피부 하얗고, 순하게 생겨야 간부차 운전수로 뽑힐 수 있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간부차 운전수는 사실상 간부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발을 두고 벌어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졸업자들 사이에서는 ‘장가 가는 기분’이라는 농담이 돌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