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학무기를 전략 자산으로 격상하고 확대 양산

작전계획에 화학무기 선제 투입 시나리오도 포함…"조용하고 치명적인 화학무기 개발 빠르게 진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신문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도 전격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화학무기를 핵무기와 함께 전략무기로 격상시키고, 전면전 대비용 실전 무기로 체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부 군사 문건에서는 화학무기를 ‘핵 사용 직전의 최고도 대응 수단’으로 명시하는 등 중요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화학무기를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 간주하고 연구개발은 물론 양산 체계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소식통은 “화학무기는 실제 사용 가능성이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면전 대비 수단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핵을 쓰기 전, 적의 지휘부와 핵심 군사시설을 먼저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무기라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에 더해 화학무기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화학무기를 보유하는 자체로 전쟁이 나기 전 상대를 압박하고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화학무기 관리·운용 시스템도 갖췄다고 한다.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 ‘핵·화학방어국’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는 것. 이 조직은 전국적으로 7개 화학무기 여단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화학 공격, 제독, 방호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부대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이 부대들은 여름과 겨울 1년 2회 방독면, 방호복을 착용한 실전형 훈련을 진행하고, 일부 평가 훈련 시 실제 화학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투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또 훈련에 쓴 방독면과 방호복은 훈련이 끝나면 소각하는 등 보안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작전계획에는 전쟁 개시 48시간 전,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선제 투입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표는 청와대, 전방 지휘소, 비행장 등 핵심 군사시설이며, 화학탄을 탑재한 미사일·포탄을 활용한 정밀타격이 주요 전술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미 화학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실어 쏘는 실험까지 끝냈다”면서 “향후 일부 전연(전방)부대에 화학무기를 실전 배치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화학무기 연구개발, 검수, 운용 체계는 철저히 분리되고 전문화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개발은 국방과학원 산하 화학연구소가, 검수는 국방성 장비총국 산하의 화학무기심사소가, 병력과 장비 운용은 총참모부 산하 핵·화학방어국이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연구와 생산, 검수, 운용 담당은 철저히 분리돼 있으나 기관 간 협동하는 체계로 돼 있다”며 “이 모든 것은 당의 지도 하에 있다”고 했다.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 및 저장 시설은 주로 함흥, 흥남, 신포(이상 함경남도), 문천(강원도), 강계(자강도) 인근 고지대에 분산돼 있고, 대부분 비료·농약·의약품 공장으로 위장돼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각 시설은 외부 접근이 원천 봉쇄돼 고위 간부들조차도 일회용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출입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출입증의 암호 체계 역시 3개월마다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2024년 사이에 일부 시설의 정밀 혼합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가 대폭 확충됐으며, 현재는 무인 라인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북한은) 핵무기를 공개적으로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조용하고 치명적인 화학무기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내부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위협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를 지속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17년 VX(맹독성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김정남 암살 사례를 ‘정밀하고 은밀한 작전 성공 사례’로 자체 평가하고, 사람을 죽이지 않고 움직임이나 행동을 마비시키는 신종 생화학 약물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