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교양’ 생략한 교원들, 사상투쟁회의에서 비판 받아

노래·시 결합한 새로운 교양 방식 고안해 내라는 요구에 교원들 "우리가 무슨 영화배우냐" 반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1월 12일 “실속 있게 진행되는 위대성 교양 사업은 대학의 학생들을 당과 혁명의 믿음직한 인재들로 준비해나가도록 적극 고무추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을 공부하고 있는 평양교원대학 학생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미래세대인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청년 대상 교양이 형식적으로 그치거나 심지어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28일 오후 청진의학대학 강당에서 정규 수업 진도에 앞서 진행해야 하는 ‘5분 교양’을 하지 않은 교원들에 대한 사상투쟁회의가 열렸다”며 “대학 당위원회는 해당하는 3명의 교원들을 무대 위에 세워두고 학부별로 돌아가며 한 명씩 호상(상호)비판을 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5분 교양’은 매일 첫 수업에 들어가는 교원이 5분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주제로 실시하는 교양 사업으로, 김정일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교양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기관의 교원들이 의무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필수적인 절차로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교육 현장들에서는 이런 5분 교양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진의학대학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자 심각성을 인지한 대학 측은 지난 26일 갑작스럽게 학부별 교차 수업 참관을 실시했다고 한다.

각 학부의 학부장과 강좌장 등이 다른 학부 교수들의 첫 수업을 참관하게 해 실제 5분 교양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한 것이었는데, 일부 교수는 5분 교양 실시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참관인지 까맣게 모른 채 평소대로 이를 생략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5분 교양 생략이 워낙 일상화돼 있다 보니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수업에만 열중했다는 것이다.

대학 당위원회는 결국 사상투쟁회의를 열어 이런 교수들을 문제시하고 “이러한 태도는 혁명의 전진을 가로막는 엄중한 행위이며 직업적 혁명가인 교원들이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날짜별로 수령님들의 업적을 정리한 ‘365일 교양자료’라는 책자가 있어 정해진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별다른 자료 없이 무조건 집행하라는 지시만 내려오고 있고, 새로운 방식의 교양을 생각해 내 짧은 시간에도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교원들 속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식통은 “5분 교양을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해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교원들이 많다”며 “위에서는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읊는 등 새로운 교양 형식을 고안해 내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영화배우냐고 반문하며 반발하는 교원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