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경남도가 도내에 설치된 우상화 조형물의 관리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이번 일은 신흥군의 한 리에 설치된 모자이크 벽화 주변에 동물 배설물과 쓰레기 등이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촉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단천시에서 신흥군으로 농촌지원을 나온 한 대학생은 “모자이크 주변이 너무 더럽다”며 단천시 당위원회의 한 간부에게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문제를 제기했다.
우상화 조형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북한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문제시될 일이라 이 사안은 시당을 통해 곧장 도당에 보고됐고, 결국 조형물이 위치한 해당 지역의 리당 비서가 당적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위대한 조국’이라는 문구가 있는 모자이크 벽화 주변 바닥은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짐승 배설물과 쓰레기가 쌓여 있었는데, 이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당은 리당 비서에 대한 당적 경고와 함께 “정성사업(우상화 조형물을 청소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사상적 해이로 간주될 수 있다”며 정성사업에 힘쓰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내렸고, 이에 리당은 주민들을 동원해 순번을 짜고 돌아가면서 청소하도록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정성사업은 원래도 순번제로 이뤄졌지만, 언제부턴가 그 체계가 흐지부지됐다”며 “이번에 문제가 발생하자 농장 작업반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해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상화 조형물 관리 실태에 관한 도당의 점검이 이뤄지자, 신흥군의 다른 리(里)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동상이나 영생탑 등 우상화 조형물 관리에 소홀했던 농장원들이 새벽마다 양동이를 들고 나와 물청소에 나서는 등 매일 같이 교양마당(광장)에 수십 명이 모여드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정성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라’는 당의 지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서도 모자이크 벽화 주변이 지저분하다며 문제 제기한 대학생의 행동을 두고서는 뒷말을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굳이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었느냐’, ‘불필요하게 소란을 키웠다’며 대학생을 탓하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한편, 도당 선전선동부는 지난 18일 도내 모든 시·군당에 상반기 혁명사적물 관리 실태에 대한 검열 및 총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검열은 이달 말까지 도내 각 지역에서 불시에 진행된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