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학교들이 저조한 학생 출석률 문제를 교사 책임으로 돌리면서 교사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정평군에서는 한 교사가 담임직을 내려놓고 학교 출근까지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20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정평군의 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가 학생 출석률 문제로 학교장과 마찰을 빚다가 이달 초 학급 담임 자리도 내놓고 이후 학교에도 출근하지 않고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앞서 이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은 학교가 싫어서가 아니라 집안 형편 때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교사에게 학생 출석률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 교사가 맡고 있던 학급은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거의 모든 날이 출석률 60%를 밑돌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식량을 구하러 산에 나물 캐러 가거나 시장에서 부모의 장사를 돕거나 부모 대신 집안일을 하는 등 생계와 직결된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학교장은 “학생 출석률이 90%를 넘지 못하면 학급을 내놓으라”며 반복적으로 압박했고, 결국 이 교사는 “내가 교사인지 안전원인지 모르겠다”, “나도 할 만큼 했다”, “출석률 90%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학급을 내놓고 출근까지 거부했다.
이후 이 일은 정평군 당위원회에까지 보고됐는데, 군당은 “교원의 무단결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혁명 과업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라고 지적하는 한편 저조한 학생 출석률 문제를 학교 전체의 문제로 보고 해당 학교에 대한 검열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매년 봄철이면 가정들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라며 “상황이 이런데 담임 교원들이라고 출석률을 끌어올릴 대책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해당 학교 내에서는 이 교사의 행동에 공감하고 동정을 표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교직원들 속에서는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한 학생들에게 학교에 출석하라고 다그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장이 평소 아니꼽게 보던 교원이라 더 몰아붙인 것이다”라는 등의 말도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생활 형편이 나은 일부 교사들은 장기 결석하는 학생들의 가정을 찾아가 옥수수나 보리 1kg씩 전달하며 학교에 나오라 설득하기도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소식통은 “교원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매년 봄철이면 출석률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한다”며 “출석률로 교원의 능력과 담임 자격을 거론하니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군당의 지시에 따라 검열이 시작되면서 해당 학교의 일부 교직원들은 “괜히 불똥이 튀었다”며 문제를 일으킨 교사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