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포시 소재 령남배수리공장에 1만 8000t급 화물선 건조 과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당중앙이 이달 초 남포시 령남배수리공장에 ‘1만 8000t급의 현대적인 짐배(화물선)를 자체의 힘으로 건조하라’는 과제를 내리면서 ‘령남배수리공장은 당의 방침에 응답할 수 있도록 가능성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3개월간 충분히 살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물선 건조 사업의 직접적인 지휘는 내각 육해운성이 맡았는데, 육해운성의 담당 일꾼들은 령남배수리공장의 책임일꾼들에게 “될지 안 될지 지금 당장 결론 내리라는 것이 아니라 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현실성 판단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내각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향후 5개년 전략에 조직적 생산 체계를 수립하는 계획을 검토할 것이며, 중앙당에서도 이를 자강력 제일주의 원칙에 입각한 중장기적인 조선업 발전 구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우선 내각은 용접공법, 절단 기술, 기관탑재, 진수 조건 등 8개 항목을 중심으로 현장 평가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장은 기술설계부와 각 직장의 선임 기술자로 구성된 검토 소조를 조직했고, 각 직장에 8월까지 단계별 기술 실현 검토안, 공정표, 자재 수요서를 낼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후 공장이 올린 종합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과 내각이 공동으로 최종 타당성을 따지는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령남배수리공장은 과거 1만 20000t급 화물선 건조 경험이 있고 깊은 항만과 건조 구역, 대형 조립장, 부두 진수장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다만 선체 길이와 높이, 기관탑재 중량을 놓고 보면 기존 설비만으로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이고, 일부 기계의 노후화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각에서는 ‘시간을 푼푼하게 주겠다’고 했으나 이는 결코 느긋하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신중히, 그러나 진지하게 따져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물선 건조 과제가 내려진 뒤 령남배수리공장의 각 직장에서는 “우리가 해낸다면 배 건조 기술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청진조선소에서 5000t급 구축함을 진수하다가 사고로 책임자들이 줄줄이 잡혀간 것을 생각하면 다리가 저절로 후들거린다”, “배 건조라는 말만 들어도 손부터 떨린다”라는 등 두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된다고 쉽게 말하기도 어렵다’라는 것이 일꾼들의 공통된 반응인데, 이와 동시에 ‘우리는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니 뚜껑을 열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라는 입장도 드러내고 있다”며 “각 직장의 경험 있는 기술자들은 기존 도면을 꺼내보면서 ‘령남의 위신을 걸고 할 수 있는 것부터 따지자’며 신중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