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지방의 중소기업 간부들이 과도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개천종이공장 지배인과 책임기사 등이 국산 설비로 종이로 된 지면 피복재를 생산하라는 당의 지시를 집행하지 않아 교화소 처벌을 받았다.
교화소는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형벌로 사람의 일부 자유를 박탈하고 강제로 수용하는 시설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재산이나 안전에 피해를 주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당이 하라는 것을 못 했다고 교화소 처벌을 내린 것은 엄중한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된 지면 피복재란 빛을 차단해 잡초의 성장을 억제하고 토양 수분 유지, 토양 침식 방지, 비료 유실 방지, 병충해 발생 억제 등의 효과를 내게 해 작물의 생육을 돕는 농업용 자재를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폴리에틸렌 필름이 농업용 피복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흙 속에서 분해되지 않아 환경적인 문제가 있고, 사용 후에는 기계 또는 손으로 회수해야 해 육체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부담이 돼 종이로 된 생물 분해성 지면 피복재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종이를 이용한 지면 피복재 개발과 생산을 시도한 건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현실의 문제가 걸린다. 당국은 종이공장의 생산 설비를 그대로 이용하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실제로 평안남도 개천, 문덕, 안주의 종이공장에서 생물 분해성 종이를 이용한 지면 피복재 생산을 계속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고 한다. 시험적으로 생산한 제품은 당기면 바로 찢어지고 비나 수분이 닿으면 바로 풀리는 등 여러 문제가 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팅 기술과 생산 설비 개선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멀칭(mulching)용 용지의 건조강도 및 습윤강도가 향상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기술과 시설이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당국에 말하고 싶은 건 사실 간단하다. 처벌과 강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상, 중재, 설득 등 다양한 방법이 있고, 특히 기술이 필요한 문제는 강압한다고 해서 될 수 없다.
북한 노동당은 처벌로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또 목표를 현장 실무자들의 관점과 입장에서 설정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