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유포 차단’ 지시에 주민들 “우리 TV가 재밌었으면…”

식상하고 정치적 의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자국 콘텐츠 외면…"단속만 해서는 실효 거두기 어려워"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외부 영상물 유입·유포·확산 차단을 위해 보위기관을 중심으로 내부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재미있는 게 있었으면 단속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 보위국은 지난 22일 시·군 보위부를 통해 각 동 담당보위원들에게 “USB 등 저장매체 유포를 철저히 차단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혜산시 혜명동에서는 보위원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 내용을 전달받은 인민반장이 인민반 회의를 열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문했다.

실제 인민반장은 이날 회의에서 “요즘 USB 하나에 별의별 게 다 들어온다”, “특히 자식 가진 집에서 단속을 잘해야지 걸리면 정말 큰일 난다”며 앞으로 보위원들의 불시 세대 검열이 있을 것이라 예고했다.

이 같은 회의가 끝난 뒤 한 주민은 “아이들이 보지 말라고 해서 안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 TV가 재미없어서 안 보는 거지, 재미있는 것을 만들면 애들이 그런 걸 몰래 볼 이유가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민은 최신 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언급하며 “전에 나온 ‘석개울의 새봄’은 볼 만했는데 지금 건 너무 말이 안 되고 100% 후라이(거짓말)”라고 혹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내용도 재미없고, 배우들도 와닿지 않는다. 차라리 ‘계월향’ 주인공 한영애가 훨씬 곱다”라고 덧붙였다.

평양의 논개로 알려진 조선시대 기생 계월향이 주인공인 북한 드라마 ‘계월향’은 민족적 정서와 애국적 감정, 우아한 춤동작으로 많은 주민들에게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내용도 식상하고 정치적인 의도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콘텐츠는 주민들의 공감과 호응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현실을 반영했다며 만든 연속극(드라마)는 내용도 거짓이고 형식도 너무 뻔하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나 과거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다는 말이 나오고, 사람들이 아예 다른 나라 것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말투가 훨씬 신선하고 재밌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이에 당국의 단속 강화에도 한국 콘텐츠를 찾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결국 무엇을 보지 말라 강요하기보다는 왜 사람들이 다른 것을 보려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그런 고민 없이 반복적으로 통제만 하는 것, 원인을 외면한 채 단속만 하는 것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