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교수들, 평양과기대 간다…북중 ‘지식회랑’ 구축?

양국 주재 대사관 주도로 1년씩 단기 파견하는 계약 체결돼…‘중국형 국제화’ 흐름이란 분석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4월 2일 각지 대학과 학교들에서 새학년도 개학모임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과 중국이 교육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해 평양과학기술대학에 중국 교수진 파견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복수의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이 알려왔다.

데일리NK 중국 현지의 한 대북 소식통은 27일 “이달 초 조선(북한) 주재 중국대사관과 중국 주재 조선대사관 주도하에 중국 여러 대학의 교수를 평양과학기술대학(이하 평양과기대)에 1년씩 단기로 파견하는 계약이 체결됐다”며 “1차 파견 인원은 6월 중순으로 평양행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북 현지 소식통 역시 “이번 사안은 주중 북한대사관과 주북 중국대사관의 조율하에 5월 초부터 공식 협의해 오던 것”이라며 “양측은 교수 파견뿐 아니라 평양과기대 내 교육 시스템 현대화에 대한 실무 논의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 주요 대학 교수들을 평양과기대에 1년씩 순환 파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우선 1차 파견 대상은 이미 선발 완료한 상태고, 향후 추가 파견을 위해 대학 교수들과 개별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대학들은 교수 파견뿐 아니라 평양과기대 내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에도 공동 참여하는데, 2025년 하반기부터 평양과기대에 신설되는 기초의학·스마트농업학·응용통계학 등의 과목이 온오프라인 통합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북중 간 계약에는 중국 교수진의 신변 안전 보장과 학사 운영 자율성 확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가 하면 양측은 중국 교수진 파견에 필요한 비자 발급 간소화, 현지 생활비 보장, 교육 기자재 반입 등 전반적인 것들을 외교 채널을 통해 일괄 협의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식통은 “조선은 중국과의 교육·기술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정치·경제적 고립을 타파하고 제재에도 국가 전략적 자립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파견 사업은 그 상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교육계 내부에서는 미국과 서방의 봉쇄 속에서도 북한이 중국과 손잡고 인재 양성을 위한 ‘지식회랑’을 구축하는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이번 평양과기대 교수진 파견은 북한의 인재 육성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측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평양과기대를 ‘글로벌 기술인재 양성 선도 시범대학’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 교육계 일각에서는 평양과기대가 지난 2019년 북한 최초의 HSK(중국어능력시험) 시험지점으로 지정된 것을 기점으로 ‘북한의 중국형 국제화’가 본격화된 흐름 속에서 이번 협력이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2009년 평양시 락랑구역에 설립돼 2010년 정식 학생 모집을 시작한 북한 유일의 외국인 교수진 중심 사립대학이다. 약 70만㎡ 부지에 60여 개 강의실을 갖추고 농학·의학·금융학 등 실용 중심의 과목을 운영 중이다. 현재 재학생은 700여 명, 교직원은 300여 명이며 이 중 외국 국적 교원은 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