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구금시설 임가공 작업 현장 보니…열악한 환경 고스란히

맨바닥에 포대·비닐 등 깔고 작업대도 없이 일해…수용자들 하루 12시간 이상씩 강제노동 내몰려

북한의 한 노동단련대 내 임가공 작업 현장 모습. /사진=데일리NK

데일리NK가 북한 구금시설에서 이뤄지는 가발 임가공 작업 현장 사진을 입수했다. 북한 구금시설 내 강제노동 현실이 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 속에는 마감처리가 되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장판이나 포대, 비닐 등을 깔고 작업대도 없이 페트병에 가발을 얹어 놓은 작업 현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갈라진 벽, 바가지 안에 담긴 인조모발 등이 구금시설 내 임가공 작업 현장의 열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작업 환경이 열악한데도 북한 당국은 구금시설 내 강제노동을 통한 임가공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용천군과 염주군에 위치한 노동단련대 등 구금시설 내 임가공 작업량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 수용자들이 하루 12시간 이상씩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구금시설에서 이뤄지는 임가공은 주로 가발, 눈썹 생산이나 뜨개질 등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단순노동 위주인데, 젊고 손재주가 있는 수용자들로 별도의 임가공 작업반을 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가공 작업반에 들어가면 몸이 힘든 막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간혹 특식이 제공되기도 해 수용자들이 임가공 작업반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단련생들 사이에서는 임가공 작업반에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할 정도”라며 “일주일 동안 맡겨진 수량을 불량 없이 완수하면 일요일 점심에 쌀밥 한 끼가 제공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작업량을 완수하지 못하거나 불량품을 생산하면 밤샘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 건설 잡일을 하거나 동원에 끌려 다니고,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반성문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것보다는 하루 종일 가발 만드는 게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단련대는 무단결근이나 조직 생활 불참 등 비교적 경미한 죄를 저지른 주민들이 수용되는 구금시설이다. 북한은 노동단련대에 수용된 주민들, 이른바 단련생들의 정신을 개조한다는 명목으로 공개된 곳에서 자아비판, 반성문 크게 읽기 등 수치심을 느끼는 행동들을 하게 하기도 한다.

이에 노동단련대는 주민들에게 ‘치욕의 공간’으로 여겨지는데, 임가공 작업반의 경우 하루 종일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라도 임가공을 원하는 수용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단련대는 손재주가 좋은 수용자들을 의도적으로 더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짜 노동력을 더 많이 활용해 외화벌이용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려는 이유에서다.

소식통은 “뇌물을 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일찍 풀려나고, 돈 없고 연줄 없는 사람들만 단련대에 남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 중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더 피곤하다”며 “일을 못하면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일을 너무 잘해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