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기계화’ 외치지만 여전히 호미·곡괭이 의존하는 北 농민

농촌 현장에선 전통적 농기구 사용…모내기 철 수요 증가에 농기구 가격 올초 대비 최대 33% 상승

황해남도 해주시 광장에서 2022년 9월 25일 농기계전달모임이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업부문에서 만든 5500대의 농기계를 황해남도에 보냈다면서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중시하시고 농업생산에서 기치를 들고 나가도록 각별히 관심하시며 크나큰 사랑을 거듭 베풀어주시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영농 기계화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농촌 현장에서는 농민들이 여전히 삽, 호미, 곡괭이, 낫 등 전통적인 농기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모내기 철을 맞아 농기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2025년 초 대비 5월 현재 농기구 가격이 품목에 따라 최대 33%까지 상승했다. 국산 삽은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약 33%, 호미와 낫은 각각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약 20% 올랐으며, 중국산 삽은 1만 1500원에서 1만 2800원으로 약 11% 상승했다.

다음은 평안북도 신의주 기준 주요 농기구 가격 변동표다.

품목 원산지 올해 초 가격 5월 현재 가격 가격 변동률
중국산 1만 1500원 1만 2800원 +11%
국내산 6000원 8000원 +33%
호미 국내산 2500원 3000원 +20%
국내산 2500원 3000원 +20%
수동분무기 중국산 3만 1000원 4만 1000원 +32%
수동분무기 국내산 5000원 5000원 변동 없음
질소비료(1kg) 국내산 5500원 7000원 +27%
곡괭이 국내산 1만 1300원 1만 1500원 +2%
비닐박막 중국산 8400원 8500원 +1%
비닐박막 국내산 4500원 4400원 –2%

“해마다 농사철이 되면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특히 농촌에 농기구 수요가 증가하면서 3월부터 가격이 본격 상승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농기계 전달식과 기계화 시범농장 운영 등 김정은 정권이 추진 중인 ‘농촌 현대화’ 정책과 달리, 실제 농기계 보급은 미미한 상황이다. 경운기 한 대의 가격은 약 1500달러에 달해 농장 차원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워 농민들은 “100% 농기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농기구 구매 자체는 수월한 편이라고 한다. 강철공장 등에서 농사철을 겨냥해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국산 농기구는 비교적 원활하게 유통되고 있다. 다만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고,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중국산 고품질 농기구는 시장에 풀리면 바로 팔리고 있다.

농민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분조관리제’를 도입하고 계획 초과량을 자율 처분할 수 있게 되면서 비료나 농기구 구매에 돈을 쓰는 데보다 적극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농촌이 가장 힘들다”는 목소리도 크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기계보다 필요한 것은 실제로 쓸 수 있는 도구”라는 인식이 강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아닌 개인 단위로 농사를 자율 운영할 수 있어야 양적·질적 생산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은 2022년 이후 ‘농촌 진흥’을 국가 중대 과제로 제시하며 농업 생산량 증대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실정은 여전히 구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며, 농민들은 여전히 비효율적인 생산수단과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