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자립’ 강조하며 바다 양식 확대 주문하고 계획 독촉

현실은 고려 않고 무턱대고 하라고 해 불만 나와…지역 수산 부문 간부들 교체될 수도 있어 긴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5월 26일 ‘바닷가 양식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해 여러 바닷가 양식사업소들이 매일 평균 수백톤(t)의 다시마를 수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옹진바닷가양식사업소.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바다 양식 사업 확대를 강조하며 무리하게 사업 계획을 독촉하고 나서 관련 부문 일꾼들 사이에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수산관리국이 지난 7일 오전 도내 시·군 수산 부문 책임일꾼 전원이 참가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며 “회의에서는 당중앙이 하달한 ‘지방경제의 자립성 강화’ 지시를 토대로 하반기 바다 양식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한 대책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도 수산관리국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해 함경남도 신포시의 바다 양식 선도 사례를 모범적으로 평가하며 바다를 끼고 있는 함경북도 내 모든 시·군에 ‘수산 자립’ 계획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바다 양식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 이날 회의를 주재한 도 수산관리국의 한 간부는 “신포시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바다 하나로 시의 살림을 일으켜 당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는데 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우리 도의 김책시, 화대군, 어랑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각 시·군이 하반기에 책임 양식장을 2곳 이상 설치하고 해조류 종자 확보 및 식목 확대 등의 사업을 전개할 데 대한 계획서를 이달 말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도 수산관리국은 “전투적 실천으로 전환하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가며 적극적인 이행을 주문했는데, 과거처럼 독려하거나 장려하는 어조가 아니라 강한 명령조로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김책시는 해삼 양식장 5곳을 확대해야 하고, 어랑군은 조개 양식장의 종자 배양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계획 목표에 미달하면 시·군 인민위원회 수산 부문 책임일꾼들이 교체될 수도 있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회의를 집행한 도 수산지도국 간부는 “술 퍼마시러 다니면서 흐지부지할 생각을 하지 마라”, “이번 과제를 전투적으로 해내지 못할 일꾼들은 지금 미리 자리를 내놔라”, “뒤를 물려 받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시·군의 관련 일꾼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회의는 지난 시기처럼 단순히 ‘바다를 잘 활용하라’는 추상적인 선전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와 기한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하라는 식의 지시에 현지 간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번 긴급 화상회의가 끝나자 각 지역의 수산 부문 일꾼들은 “양식장 부지며, 종자며, 연료며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한 달 내에 실태조사를 끝내고 이달 말까지 계획을 제출하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실에 맞는지도 논의하지 않고 갑자기 회의를 벌여 계획을 내리 먹이고 무턱대고 하라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현실이나 구조적 한계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간부들만 문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계획과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애꿎은 간부들만 목이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